[Culture] 한국 남자 ‘공공의 적’ 된 드라마 ‘꽃남’이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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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정장에 슬림 핏의 구준표 스타일을 너끈하게 소화하는 이민호는 “멋진 옷을 마음껏 입는 즐거움도 있다”며 신인다운 솔직함을 보였다. [김성룡 기자]


 대한민국 소녀·누나들을 집단 열병에 빠뜨린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역 이민호(22). 6일 밤 파주-화성-신사동-화성을 오가는 숨가쁜 촬영 일정을 틈타 만난 그는 구준표로 사는 게 싫지 않은 듯했다. “갖출 것 다 갖춘 남자잖아요. 준표 분장하고 거울을 볼 때면, 저도 가끔 제가 멋져 보여요.” 가지런한 소라머리에 밀리터리 블랙 재킷 차림으로 씰룩대는 눈웃음을 날린다. “원래는 유한 편인데, 준표로 살다 보니 캐릭터를 점점 닮아가는 것 같아요.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거나 여자친구랑 투닥투닥하는 건 본래 모습이고요.”

◆실감 연기로 시청률 일등 공신=요즘 그는 한국 남자들에게 ‘공공의 적’이다. 본방 사수는 물론 케이블 TV와 인터넷 VOD를 옮겨다니며 ‘꽃남’에만 넋이 나간 아내·연인 때문에 속 타 죽겠다는 사내들 천지다. 타고난 재벌에 승마·골프·사격·검도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는 것도 샘나는데, 유아독존·안하무인 성격이 여자 친구 앞에선 일편단심으로 변한다. “남자들의 공분을 사는 것 같더라”고 전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전혀 몰랐어요. 사실 저도 준표한테 질투 느껴요. 재벌이니 걱정도 없을 테고…. 까칠한 듯해도 인간적인, 완벽한 남자잖아요. 나중에 준표에서 벗어나면, 연애할 때 기대치가 있어서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드라마 ‘꽃남’이 방영 10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서는 덴 이민호의 발견이 결정적이었다. 원작 만화의 쓰카사를 본떠 놓은 듯한 외모에다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매력을 차지게 발산했다. “누나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자 “안 그래도 30대 젊은 어머니들의 사인 요청이 많아서 신기하다”고 했다. “고등학생들 얘기인데도 재미있게 보시니 고맙죠. 연상녀요? 사람 사귈 때 나이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추격자’처럼 센 역할 하고파=1m86㎝의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 직선미가 풍기는 이목구비는 절친한 친구 정일우와 대비를 이룬다. “정일우와 ‘대방동 양대 킹카’로 불렸다던데” 하고 묻자 “아녜요, 그런 거”하고 말을 빼다가 “우와, 근데 저렴하다, 대방동 킹카” 하고 키득 웃었다. 스물두 살 청년의 익살이 묻어났다.

구준표 신드롬에 힘입어 쏟아진 CF 요청만 20건. 이미지·타깃층을 고려해 이동통신·의류 두 편을 찍고 3~4개가 대기 중이다. 요즘은 팬들이 제작한 사용자제작콘텐트(UCC)에 재미가 들렸다. “얼마 전에 ‘꽃보다 김범’이라고 잔디 분량을 범이로 편집한 걸 봤어요. 네티즌 분들, 진짜 대단해요.”

“지금은 구준표에 전념하고 있지만 언젠가 좀 센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며 꼽은 모델은 ‘영화는 영화다’의 소지섭과 ‘추격자’의 하정우. 인터뷰가 끝나고 어깨동무를 한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찌릿한 전율이 이민호 때문인지 구준표 때문인지 헷갈렸다.

강혜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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