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스니아 전범 중형선고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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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불안한 평화가 유지돼온 보스니아에 전범처리를 둘러싸고 또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가 주도하는 보스니아평화안정군 (SFOR) 이 지난 10일 세르비아계 전범 한명을 사살하고 다른 한명을 체포한데 이어 14일에는 헤이그 유엔전범재판소가 세르비아계 전범 두산 타디치에 대해 20년의 중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보스니아 내전중 '인종청소' 를 자행한 세르비아계 전범들을 민족적 영웅으로 간주하고 있는 스르프스카공화국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자치구역) 주민들과 이들의 후원세력인 세르비아공화국은 서방국가들의 최근 행동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범체포를 수수방관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내전 당시 보스니아계 최고지도자였던 라도반 카라지치와 라트코 믈라디치에게까지 체포의 화살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계 보스니아군 합참의장인 페로 콜리치 장군은 NATO에 대해 전범체포를 계속할 경우 "데이튼평화협정은 더이상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며 보스니아내전의 재발가능성마저 경고했다.

그러나 서방측은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로 예정된 SFOR의 철군을 앞둔 정지작업을 위해 전범체포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SFOR의 철수 이후 보스니아에서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스르프스카공화국내 강경 민족주의자들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범 체포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서방국가들의 이러한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FOR가 전범체포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는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만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와 보호속에 있는 카라지치와 믈라디치등 주요 전범들을 모두 체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이를 물리적으로 강제할 경우엔 새로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

20만명의 사망자와 3백만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보스니아내전의 재발은 당사자 보스니아인들은 물론 미국등 서방국가들에도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악몽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서방측의 강경입장 천명에도 불구하고 결국 몇몇 상징적 인물의 체포에 국한될 전망이다.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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