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급변사태, 중국 단독으로 개입하진 않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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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14면

남북한 관계가 대치 무드로 접어들었다. 북한이 국지적 도발과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일 만큼 상황은 급박하다.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상황이 급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바마 시대에 남북한·미·중 간의 복잡한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의 급변 사태에 대해 중국은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을까.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해 본지는 베이징 대학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45·사진) 교수를 만났다. 국제관계학원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외교안보 브레인’이던 왕지쓰(王緝思) 교수가 원장으로 있는 곳이다. 미국·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주 교수는 국제관계학원에 설립된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주임을 겸하고 있다.

인터뷰는 베이징 대학 연구실에서 1시간30분간 진행됐다. 주 교수는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외국 언론을 만나면 밋밋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대다수 중국 학자와 크게 달랐다. 물론 주 교수의 발언이 중국 정부의 입장을 100% 대변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중견 학자의 시각에는 주목할 부분이 적지 않다. 중국 주류사회의 속내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특히 김 위원장의 유고와 북한의 내란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오바마가 북한 핵 문제를 다루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나.
“90% 정도는 계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바마가 부시보다 더 열성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북한이 오바마의 북핵 정책을 오판하면 북핵 문제 해결은 더 지연될 것이다. 나는 오바마의 북핵 정책을 낙관하지 않는다.”

-오바마가 재임 기간 중 북한을 방문하고 북·미 수교가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은.
“최소한 오바마의 첫 임기 4년간 한반도에 실질적이고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의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의 선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달려 있다. 북한에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오바마가 북한 문제를 미국 외교의 중요 의제로 다룰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나.
“단기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설령 건강에 문제가 있더라도 북한에서 단기적으로 내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 이양도 평온하게 이뤄질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이 갑자기 죽고, 북한이 급격하게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과도기는 있을 수 있겠지만 북한은 안정을 유지할 것이다.”

-올해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후진타오 주석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는데.
“최고지도자의 상호 방문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 크다. 수교 60주년은 양국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발전시킬지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중국은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을 따라 개혁·개방하길 원한다.”

-일부 학자는 “한반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사망하고 돌발적인 변고(變故)가 있더라도 나는 중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중국의 이익과 외교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 위기가 발생하면 6자회담과 유엔 안보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중국이 단독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에 공동 개입할 경우에는.
“문제는 (한·미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느냐다. 원조 형식이라면 중국은 지지할 것이다. 북한에 군사 내란이 일어나 한·미가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반드시 중국과 사전에 상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내가 보기에 한국은 중국의 대북 정책을 너무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이것은 당신들 문제이지 우리(중국) 문제가 아니다’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중국은 협조하고 돕는 입장이다. 한반도의 분열을 유지하자는 게 아니다. 한국의 많은 분석가는 이런 점을 잘 알지 못한다. 한국전쟁 때 중국이 개입한 것은 냉전 시대였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통일된다고 중국을 적대시할 수 있을까.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중국을 적대할 (군사적) 능력은 없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중국에 적의를 품었던 것은 중국이 쇠약할 때였다. 그러나 중국이 강대할 때 양국 관계는 아주 좋았다.”

-중국이 한반도의 분열을 원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작금의 한반도 분열 상태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 주류 사회는 중국이 한반도의 분단을 유지하려 하고, 한·미동맹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북한을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국인이 있을 수 있지만 주류가 아니다. 중국의 이익에 맞지 않다.”

-북한에서 만약 급변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미 양국의 개입 결과와 범위는 반드시 중국의 이해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북한의 향후 지위 문제는 마땅히 이런 틀 속에서 봐야 한다. 한·미가 북한에 개입한다고 해서 중국이 ‘제2차 한국전쟁’을 희망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미가 중국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중국은 아주 불안해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인접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장차 북한의 재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 재건은) 중국이 할 일이 아니다. 한국이 주도하고 중국은 협력할 뿐이다. 한국이 북한 난민·재건 문제 등에서 중국의 이익을 헤아려 주면 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중국은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지지한다. 북한 문제를 이데올로기 문제로 다루지 말라고 비판한다. 북한을 비난하지 말고 도와줘야 한다. 대북 정책에 관해 먼저 국내적으로 합의를 얻으라고 주장한다. 컨센서스를 얻으려면 북한의 발전을 유도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북한 문제를 국제 관계보다 중시하면 안 된다. 햇볕정책은 북한 문제를 국제 관계보다 더 중시했다. 나는 이 대통령이 국내 지지조차 얻지 못하는 게 걱정스럽다. 한국 사회의 대다수가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진지하게 이명박 정부를 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에 대해 아직까지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만약 중국이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면 북한은 중국과 한국이 한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는 학자풍(書生氣) 인물이 넘쳐난다. 북한의 1인당 소득을 3000달러까지 불려 준다고 하지만 (지금 굶주리는) 북한에는 의미가 없다. 너무 현실을 모르는 학자적 발상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소득에 관심 없다.”

-지난해 한·중 교역이 감소했다. 2010년에 2000억 달러를 달성하자는 양국 지도자의 합의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가.
“양국 무역은 조정기에 진입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역이 감소할 때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이 어디냐다. 2000억 달러가 중·한 관계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없다. 양국의 상호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다음 단계에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 금융위기는 새로운 관계 설정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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