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잡아라>제조업체 '두 얼굴 전략' 할인점用 제품 따로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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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대형 할인점의'가격파괴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고,그렇다고 대리점이나 슈퍼등 소매점의 눈치를 안볼 수도 없고….유통업체의 파워가 갈수록 강해지는 가운데 이런 문제로 고민하던 제조업체들이 갖가지 묘안을 동원하고 있다.이른바'두 얼굴' 전략.

이들은 크게 이중브랜드 전략,틈새용량 전략 그리고 헷갈리는 포장 전략등으로 구분된다.

한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같은 제품에 다른 브랜드를 붙여 할인점과 소매점에 따로 납품,소비자들이 딴 물건인것처럼 인식하게 하거나▶아주 큰 물건 아니면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만드는 방법▶다른 여러 상품을 하나로 묶는등 포장을 헷갈리게 해 소비자들이 쉽게 가격을 비교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이렇게 하면 할인점이나 소매점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만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으며 대용량의 경우 원가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어느 곳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담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식품업체등은 잇따라 할인점 전용제품을 내놓고 있다.빙그레는 최근 가족들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도록 큰 통에 든 아이스크림'사각5천㏄'와 하나씩 포장한 아이스크림 20개가 한팩에 담긴'멀티바 쿠키20'등 할인점용 패밀리 브랜드 6가지를 한꺼번에 출시했다.

킴스클럽등 할인점에만 들어가는'사각…'은 3천8백원.원료나 향은 다르지만 슈퍼에서 5백㏄에 1천원인 투게더보다 60%정도 싸다.롯데제과는 ABC비스킷.빼빼로등 10여종의 과자를 할인점 전용 벌크용량으로 내놓으면서 값을 75%수준으로 낮췄다.

다음은 대용량및 틈새용량 전략. 매일유업은 2.5ℓ들이 대용량 우유를 내놓고 있다.매일유업의 1ℓ짜리는 소매점에서 1천2백원정도인데 비해 E마트 할인점에서 파는 2.5ℓ들이는 2천6백50원이므로 약 12%가 저렴한 편.네슬레 코리아는 보통 1백75인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보다 1.6배가 큰 2백83짜리를 새로 팔기 시작했다.

또 오뚜기식품은 8백80㎖짜리 현미식초와 7백㎖짜리 참기름을 최근 할인점용으로 내놓았다.

현미식초는 이미 1백60㎖.3백50㎖.5백㎖.9백㎖등이 있으며 참기름도 1백50㎖.5백㎖.1천㎖등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크기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값을 달리한 것. 다른 제품들을 한데 묶어 싸게 팔면서 가격 비교를 어렵게 하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오뚜기는 8백짜리 케첩과 마요네즈를 2개씩 묶어서,사조참치와 제일제당은 살코기와 김치 참치 4개를 하나로 묶어 할인점에 납품하고 있다.

삼양라면.빙그레.해태제과.동양제과등도 라면이나 스낵제품을 여러개씩 한데 묶어 할인점에 납품해 한꺼번에 박스단위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개별제품의 가격 비교도 쉽지 않은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슈퍼에서 개당 3백40원하는 삼양의 핫라면은 5개 묶음이 1천4백50원.오리온 썬칩은 개당 5백원인데 4개들이가 1천6백원으로 15~20% 싼 편. 이밖에도 풀무원의 두부.콩나물 제품과 같이 포장 디자인을 조금 바꾸는 방법도 응용되고 있다.

실제로는 속내용도 같고 브랜드도 같지만,할인점에 나가는 물건은 슈퍼용에 비해 포장을 좀 단조롭게 해 다른 물건인 것처럼 여기게 하는 방법이다.

풀무원은 수입콩으로 만든 두부를 슈퍼에서는'찬마루'라는 이름아래 4백20에 9백원에 팔면서 할인점용은'풀무원'브랜드의 다른 포장에 담아 10을 작게 해 E마트에서 7백10원을 받고 있다.소비자가 얼핏 브랜드만 보고 사면 국산콩을 사용한 줄 알게 할 소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신도시를 중심으로 할인점의 구매력이 막강해져 이런 고육지책을 동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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