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황장엽이 밝힌 북한실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황장엽(黃長燁)전북한노동당비서가 10일 오전 2시간여 안기부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의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서울 도착후 이른바'황장엽 리스트'에 대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들어본 일이 있다.”

-당국에서의 조사과정에서 이 리스트에 대해 진술했다면 구체적으로 대답해달라.

“북한의 남한에 대한 전략은 첫째,남한을 내부적으로 와해시키고 둘째,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북한 노동당내에서도 통일전선부.사회문화부등 공개적으로 하는 사업이 있으며 지하조직관리 부서,침투해 들어가는 작전부,정보사업을 하는 여러 부서들이 있다.

내가 (대남사업을) 직접 주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상식화돼 있고 주워들은 얘기도 적지 않다.그렇게 굉장한 리스트가 있다고 내가 얘기한 것은 없지만 내가 아는 한도안에서 당국자들에게 얘기했다.그런 문제는 정확하게 확증돼야 할 문제지 여기에서 언급할 성격이 아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행할 능력이 있는가.

“(한숨을 쉬며) 매우 힘든 질문이다.하여간 지금 거기에서 어느 때든 전쟁을 하든지 간에 한번은 해야 한다는 것은 확고한 방침이자 상식이다. 전면전이 될지,국지전(局地戰)이 될지는 제가 총사령관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기본은 전면전이다.그 시기는 국제정세와 국내정세를 다 생각해서 내부 와해공작과 무력침공이 겹치게 배합이 잘되는 때를 택할 것이다.남한정세가 복잡하고 혼란이 조성되는 시기를 노릴 것이다.물론 이는 모두 나의 추측이다.” -'조선문제'라는 논문에서 북한은 핵과 화학무기를 사용,남한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했다. 과연 북한에 핵이 있으며 확인할 위치에 있었나.

“제가 알건대 전쟁준비는 대단히 잘 돼있다.무기를 1백% 자체 생산할 수 있고 군사시설을 갱도화. 지하시설화하는등 전영토가 요새화 돼있다.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른다.'조선문제'에 대해 말한다면 발표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다.발표됐기 때문에 얘기 안할 수 없다.얘기하고 싶은 것은 전쟁위험이 있고 이를 홀시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5년이후로 밀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을 하게 돼 있는데 그 이전에는 알 수 없다.참고로 해야지 증명할 도리가 없다.다만 (핵이)있다고 보면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나쁘지 않다.” -김정일(金正日)이 대중연설도 없었는데 의사결정 과정은 어떻게 하는가.또 승마하다 떨어졌다거나 피격됐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의 건강은 어떤가.

“여기에서 말재간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지 않다.건강하다.말타다 떨어졌다는 것은 모른다.김정일 개인생활이나 성격에 큰 흥미가 없다.문제는 그 체제와 대남정책,김정일의 그릇된 사상을 반대하는 것이지 김정일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김정일이) 매운 것을 많이 먹는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의 지식층은 김정일을 지지하는가.

“북한 사람들은 지지하고 있는지 반대하고 있는지 표현할 수 없다.눈.귀.입도 막아놓고 발도 묶여있다.대체로 대외정세를 아는 사람들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본다.군대는 완전히 밀봉돼 있다.(김정일이) 군대는 믿을 수 있다.김정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견디지 못한다.북한사회는 여기와 다르다.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사회라는 점을 참고로 해야된다.”

-망명이냐 귀순이냐 논란이 있었다.

“글쎄 제가 북한을 버리고 대한민국으로 온데 대해 거기에서 날 반역자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나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을 어느 편을 위해 얘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솔직히 거기에서 수십년동안 거짓말하는데 싫증이 났다.남은 여생 얼마남지 않았는데 거짓말 안하겠다.법률상으로 볼 때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것이 조국을 바꾸는 것이지만 조국은 민족과 영토를 떠나서 살 수 없다.베이징(北京)에서 필리핀으로 떠날 때 잘 대우해줘 감사하다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서울로 올 때 내 조국인 대한민국에 감사한다고 발표했다.대한민국은 나의 조국이며 북한동포.영토도 우리의 것이다.다시 통일해야 되고 우리 조국은 이를 포괄해야 된다.”

-사상전향도 논란이 됐는데.

“전향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사상적 전향이라면 나는 이미 60년대에 마르크스에서 전향했다.그러나 사회주의를 고치고 개선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북한이)개혁.개방으로 안나가고 제일 못된 것만 고집하고 있는데 이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그런데 그것을 중추부에서 계속 앞장 서서 만세를 부른다는 것은 민족반역자가 되는 것이다.물론 거기서 내가 죽었다면 고민하다,양심으로 죽었다고 할 수 있다.싸우다 죽어야 된다.여기와서도 과거 생각했던 것,근본적 사상,인본주의 사상은 변화될 수 없다.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지금도 배우고 있다.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최근들어 주체사상에 대한 현실적 한계와 이론적 오류를 발견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주체사상에 대해 말하기 힘들다.주체사상은 내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나는)주체철학을 시작한 것이다.글 쓰는 일도 했지만 당의 지시로 한 것이다.저의 철학적 기초는 인본주의다.지금도 변화가 없다.난 사회주의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에서 투쟁하고자 한 사람도 아니다.사회는 영원히 발전해야 하며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지금 연구하고 있고 여기서 상세히 밝힐 수 없다.”

-망명전 서한(書翰)에서 남한의 군과 안기부,여당 강화를 주쟁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에서 본 것이다.북한은 경제가 파괴되고 사상이 동요한데다 남은 것은 군대밖에 없다.북한에서 스파이를 들여보내고 내부적으로 와해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데 남한은 태평하게 데모.파업만 자꾸 한다.남한에서 너무 행복해 과거도 다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대남사업사람들과 토론할 때 나온 얘기지만 강릉에도 제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었는데 이번에 실수한 것이라고 얘기했다.여기에서 아무리 행복하게 살더라도 북한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전쟁대비도 해야되겠지만 안에 들어와 있는 불순분자들을 잡아내라는 의미에서 강조했다.안기부,노동법 본 일도 없고 여기 와서 보니 유치원생의 입장이다.새로 연구해 나갈 것이다.그것은 그때 한 것이고 동생한테(김덕홍) 남조선에 가서 좀 주의를 주라고 한 것인데 발표 안될 것이 발표됐다.”

-식량난은 어느 정도인가.

“식량문제는 말하고 싶지 않다.솔직히 말해 식량얻으러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아이들은 나라의 왕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피골이 상접한 것 아니냐.식량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도 없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될 것인가.

“무너지지 않는 정권은 없다.언제 무너지는지는 예측할 수 없다.우리가 어떻게 투쟁하느냐에 달려있다.”

-김정일의 해외 망명 가능성은.

“들은 적 없다.김정일이 대남적화통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고 국제공산주의의 보루라고 생각하는데 갈 수 없을 것이다.지난 6월24일 조선일보 사설을 통해 김정일 퇴진을 요구한 것은 민족의 목소리다. 이는 여기 있는 사람을 동원해 테러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오직 김정일의 지시다.그런 수단을 갖고 있는 것도 김정일 밖에 없다.” -김정일의 군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은.

“믿을 것이 군대밖에 없다는 것은 마지막 단계다.식량통제가 안되다 보니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고,사상통제도 안된다.군대는 철저한 밀봉교육을 받으니 군대를 믿는다.지금은 무조건 군대가 김정일 명령에 복종한다.”

-북한집권층의 식량난 대책은.

“(같이 탈출한 김덕홍씨 답변) 지난해 농업생산량이 유사이래 최저치였다.북한 정권은 식량난에 대해 개인 자체해결,직장자체 해결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국가에서 해결한다는 세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그러나 현 군사독재체제가 개혁.개방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식량난이 해결될지 모르겠다.” -김정일 공식 권력 승계시기와 남북정상회담등 남북관계를 전망해달라.

“3년상이 끝났고 승계는 사실이다.총비서직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대표자회의에서 할 수 있다.점을 쳐야 되겠는데….기념행사등을 고려하면 총비서는 꼭 금년내 승계할 것이다.주석승계는 사정이 다르다.최고인민회의를 열자면 석달전에 통지해야 하는등 좀 늦어질 수 있는데 잘하면 금년내 될 수도 있다.그렇다고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전환은 없으리라고 본다.정책에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어떤 일을 하든지간에 남한을 고립.와해시키고 무력통일하는 두가지 목적밖에 없다.”

-북한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나.

“내가 온건파.강경파와 싸워서 왔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모든 것이 다 한사람 지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언제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순서는 첫째 지금 있는 북한의 체제가 허물어지고 개혁.개방으로 나가야 한다.개혁.개방이 된 다음 남북간 교류는 인정하지만 거주(居住)는 그냥 둬야 한다.우리 남한이 앞으로 발전해야지,독일이 겪는 것처럼 통일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남한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약간 방조하라는 뜻이다.그렇게만 나가면 10년이내로 바짝 올라갈 수 있다.스스로 잘못해 저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북한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고생을 더 해야한다.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민족 전체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우리 초등학생들이 (학력평가에서) 세계에서 1등한 것 보고 신문기사를 오려놓았다.데모할 것이 아니라 공부 열심히 해 선진국가 따라가면 김정일의 몇백만 대군하고 싸우지 않더라도 평화통일 할 수 있다.남한 동포지지를 받으면서 북한을 각성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북한의 외교와 경제의 핵심인물은 누구인가.“누가 실권자인가.실권자 없다.앞에 나서서 있다고 해서 실권자 아니다.나도 주체사상사업을 20년 지도했지만 실권자 아니다.구조를 똑똑히 알아야한다.실권자는 김정일 한 사람이다.개인을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정책을 대상으로 해야지 개인은 실권자가 아니다.” -북한의 개혁.개방 논의” -북한의 무력남침을 막기 위해서는 남한 땅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나.“한국땅은 다른 땅이 아니라 조국의 땅이다.적합한지 이상인지 여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베이징(北京)에 있을 때 중국측이 제3국으로 망명하라고 한다면 나는 죽겠다고 했다.나의 조국,자기 땅으로 가야지.김정일에게 다시 가라는 말이냐,아니면 외국으로 가란 말이냐.” -북한의 개혁.개방 논의는 어느 정도인가.“(김덕홍씨 답변)북한사회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북한은 김정일 개인의 국가며 그가 모든 결정을 한다.

오늘의 국제사회 분위기는 개방은 살 길이고 쇄국은 망하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모든 결정을 한다.외국에 드나드는 사람들,참고통신을 볼 수 있는 간부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만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남한기업과의 경협에 대한 북한 시각은.“(김덕홍씨 답변)사탕 한 알이라도 적십자회를 통해 들여오려고 한다.자본주의.자유주의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남한을 불바다로 만들자는 사람인데 남한이 들어와서 좋아할 사람없다.최근에는 국제사회에도 개방한다는 흉내를 내야 되니 이렇게 저렇게 물꼬를 열어 놓았다.결코 개방은 하지 않는다.” -대북 식량지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식량난을 직접 보았고 정책에 참가한 사람인데 가슴아프다.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가는 정부에 맡겨야지,언급할 문제가 아니다.”“(김덕홍씨 보충답변) 오랫동안 사상적 고뇌를 통해 결행을 단행했다.형님은 70년대 초부터 계급주의자들의 계급투쟁에 반대해 왔다.한 민족 안에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한 어머니슬하에 잘 사는 자식,못 사는 자식과 같다. 그럼에도 잘 사는 사람들을 불구대천지수로 삼아 타도해야 한다는 계급주의자들에 대해 형님은 줄곧 반대해 왔다.” 정리=김성진 기자

<사진설명>

황장엽씨가 지난 5월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먼저 귀순한 김일성종합대 출신 제자들을만났다.현성일.최수봉부부,김덕홍.황씨,신영희.최세웅부부,조명철씨(왼쪽부터). [안기부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