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한.중국의 변경무역 실태 - 이태섭 현대사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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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은 파철.목재 등 수출가능품을 총동원해 식량을 구하고 있다.중국당국에 따르면 단둥(丹東)을 창구로 한 5월말까지의 교역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지난해 북한.중국간의 무역액은 총 5억6천5백67만 달러로 북한무역 전체의 28.6%를 차지했다.북한측에서 보면 수입 4억9천7백3만달러,수출 6천8백64만 달러여서 극심한 수입초과다.밀무역을 포함하면 액수는 더 커질 것이다.

양국무역에서 변경무역이 80% 정도를 차지,국가무역을 훨씬 초과한다.이 가운데'보따리무역'이 70% 이상이다.북한에서 반출되는 파철과 수산물도 보따리무역의 몫이다.변경무역은 단둥이 가장 활발해 80~90%를 차지한다.

주로 식량과 생필품이 북한으로 들어간다.지난 1월~5월간 단둥시를 경유한 식량은 21만(육로기준)이다.변경무역의 50%가 해상경로임을 감안하면 식량유통량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원유는 국가베이스로 지난해 북에 60만이 공급됐고,중국의 화공수출입공사가 40만을 추가공급,1백만에 육박한다.

무역거래에서 현금결제가 70%이고,30%는 대체물자(물물교환)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북한측 대체물자는 목재.파철.약재.수산물.철광석 등이다.중국측 무역업자들은 북한이 무역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면 변경무역이 확대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북한의 변경무역상 부채는 2억달러가 넘었다.중국이 92년부터 경화결제를 요구하면서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흑룡강성 석유화학공사는 93년 4월에 철강 교환을 조건으로 북한에 디젤유 6만을 보냈으나 지난해까지 4백30만달러어치를 받지 못했다.북한과 교역하는 중국측 기업의 80%가 북한에게 받을 부채가 있다.

평양의 고려호텔등에는 부채를 받으려고 체류하는 중국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95년 이후 무역대금 미결제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한편 북한의 교육위원회 대표단이 95년말 중국의 14개 연해 개방도시의 경제현황을 돌아본 뒤 자동차 1대분의 시장경제 관련 경영학 교재를 구해 갔다.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배우려는 북한 학자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중국에 유학중인 북한학생들의 전공이 경제학에 집중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개방이 성공할 것인가의 물음에 중국의 한 수출입공사 총경리는“문화수준이 높고 자원이 많으며,단일민족으로 단결성과 조직규율성이 강하다”며“중국이 10년 걸린 것을 북한은 5년이면 될 것”이라며 낙관했다.북한이 개방만 하면 1~2년안에 좋아진다는 것이 중국측 변경무역업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북한이 중국식보다는 베트남식의 정권변화 없는 개혁.개방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태섭 현대사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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