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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테니스계는 지금 물갈이 바람 - 97 윔블던 테니스 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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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97윔블던테니스대회는 마르티나 힝기스(16.스위스)의 독주시대 개막을 재확인하는 대회였다.남자도 피트 샘프라스(25.미국)가 여전히 잔디코트의 최강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그러나 남자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샘프라스를 비롯,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무명에 패퇴하는등 절대강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누구나 대권을 넘볼 수 있는 안개정국으로 바뀌고 있다.또 한동안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잡았던 독일세의 퇴조가 두드러지기도 했다.

97호주오픈에 이어 두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쥔 힝기스는 여자 테니스계에서 당분간 독주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올시즌 성적 43승1패가 이를 말해준다.'힝기스시대'의 개막은 동시에'세대교체'가 뚜렷해졌음을 의미한다.'철의 여제'로 군림했던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부상으로 재기가 불투명해졌으며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콘치타 마르티네스(이상 스페인)등 그라프의 아성에 도전했던 동시대 스타들의 퇴조가 확연해졌다. 모니카 셀레스(미국) 역시 전성기의 기량에는 훨씬 못미친채 체력 약화 기미를 보였다.

반면 4강에 오른 안나 쿠르니코바(16.러시아)와 이바 마욜리(19.크로아티아).비너스 윌리엄스(17.미국)등 10대 신예들의 맹렬한 기세가 돋보였다.

남자부에서는 샘프라스가 예상대로 잔디코트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샘프라스는 10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로이 애머슨(호주)의 역대 최다그랜드슬램 우승기록(12회)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는 평가답게 세계 정상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샘프라스는 올시즌 성적 24승6패가 말해주듯 도전세력들이 만만찮아 머지않아 전국시대 도래를 예고했다.

보리스 베커(독일).마이클 창(미국).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등 랭킹 10위 이내 선수들이 1,2회전에서 탈락한 것은 이제 더이상'파란'이 아니다.이처럼 큰 변화를 겪는 것은'올라운드 플레이어'의 강세현상 때문이다.

한 조류였던'서브 앤드 발리'플레이는 물론 강력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스페인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편 베커의 그랜드슬램대회 은퇴선언은 큰 사건이었다.'올해말 은퇴'를 선언한 미하엘 슈티히와 그라프의 침체등 전성기를 누렸던 독일 테니스는 97시즌 최악의 한해를 맞은채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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