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재계새별>16. 우방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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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방그룹 이순목(李淳牧.58)회장은'쇠망치 회장'으로 통한다. 그는 망치를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면서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부분은 직접 부숴버리곤 한다.말로 지시할 경우 눈가림식으로 고치는 폐단을 근본적으로 깨버려야 제대로 시공을 한다는 생각에서다.

李회장은 이 쇠망치 덕분에 아파트의 흠이 많이 사라졌다고 판단한다.그래서 요즘엔 쇠망치 대신 매직펜을 들고 다닌다.

李회장은 영남대 상학과 졸업후 9년여간 상고 교사를 지냈다.72년부터 창업때까지는 코오롱 계열사인 한국염공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78년 ㈜우방주택을 창업한뒤 초기에는 단독주택을 지어 분양하는'집장사'부터 시작했다.

여기서 모은 돈으로 83년 주한개발을 인수해 종합건설업체로 변모시켰고 86년에는 당시 대구지역 최대의 주택업체인 광명주택을 인수해 고층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방그룹은 성장과정에서 아파트사업과 관련된 계열사를 만들어갔다.84년 건자재 개발.제조업체인 조방산업을,87년엔 업계 최초로 하자(흠)보수를 전담하는 우방개발과 고급빌라를 짓는 우방건설을,90년엔 조경을 전담하는 팔공조경을 만들었다.

90년 일산신도시에 우방아파트를 선보이면서 우방그룹은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다.최고 2백80대1의 경쟁률을 기록,성공적으로 수도권에 입성한 것이다.이어 분당.평촌.중동에서 히트를 기록했고 이 여세를 몰아 수도권사업을 확장하면서 지역업체에서 전국적인 기업으로 이미지를 다졌다.

우방아파트는 수도권 신도시에서 같은 평형의 다른 아파트들보다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엔 해외로 눈을 돌려 95년 중국 베이징(北京)중심부에 아파트 1백69가구를 지었고 서아프리카 코트디브아르 주택은행이 발주한 주택 1천5백가구를 5천만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우방그룹은 지난해 8천5백억원의 매출과 1백8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이중 ㈜우방이 7천3백77억원을 올린 것을 비롯,주택관련 업체들의 매출이 전체의 85%를 차지하는 주택전문그룹이다.

우방그룹은 창업이래 아직까지 적자를 한번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

창업이래 계속 黑字 지난달에는 한국능률협회가 실시한 상장기업 우량도조사에서 42개 건설회사중 ㈜우방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순익은 95년 26%,96년에는 17% 줄었다.미분양 아파트및 아파트 부지마련과 관련한 금융비용이 늘어난 까닭이다.

우방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기업집단으로 분류된뒤 94년부터 그룹으로 출범했고 그룹종합조정실도 만들었다.

李회장은 11개 계열사중 ㈜우방등 6개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다른 큰 그룹 오너들이 그룹회장직외에 계열사 대표직은 거의 맡지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방측은“건설회사다 보니 사고가 발생했을때 법적인 책임을 지기 위한 조치”라며“실제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한다”는 설명이다.

임원인사와 큰 돈을 쓰는 것외에도 李회장이 반드시 챙기는 게 아파트 설계와 대지선정이다.아파트 사업의 성패여부는 부지 위치에 달려 있고 설계는 아파트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에서다.李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다른 권한을 다 위임한다 해도 설계만은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한다.

李회장은 신호그룹 이순국(李淳國)회장의 친형이다.그러나 형제간에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李회장은“돈으로 얽히게 되면 한 그룹이 무너졌을때'줄초상'을 면치 못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우방그룹에는 李회장의 출신대학인 영남대 출신이 많은 편이다.계열사 사장단중에서 곽무열(郭武烈) 우방공영사장.김길수(金吉洙) 우방산업사장.주은영(朱恩塋) 조방산업사장을 비롯,직원의 40%가량이 영남대 출신이다.또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탓에 사장단등 임원진은 거의 외부영입인사다.김길수 사장만 창업멤버다.

도영회(都永會) 우방사장은 현대건설.중공업.자동차 부사장을 역임한'현대맨'이다.불같은 성격에 업무처리가 철저해'독종'으로 불린다.李회장과 고려대 언론대학원을 같이 다니면서 알게 돼 94년 영입됐으며 서울지사및 대전이북사업을 맡고 있다.

김길수 우방산업사장은 창업멤버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건축기술자다.정식 학력은 중졸로 기술에 있어서는 그룹내에 그를 능가하는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사후 영남대 경영대학원을 다닌 학구파이기도 하다.대구사업을 총괄한다.

우방건설의 손영호(孫濚鎬)사장은 행시출신으로 문공부에서 10여년간 공무원생활을 하다 KBS부사장을 거쳤다.

이봉환(李峰煥) 우방상호신용금고 사장은 상업은행 출신,우방공영 곽무열사장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지방공무원 출신이다.

김의환(金義煥) 우방개발사장은 지자제 실시 직전 마지막 포항시장을 지냈으며 올해초 영입된뒤 주로 관급공사 수주등 대관(對官)업무를 맡고 있다.

조방산업 주은영사장은 李회장의 부인이다.

朱사장은 84년부터 주택자재및 철물을 제조하는 조방산업 사장을 맡고 있으나 전체 관리만 담당하며 실제 경영은 동생인 주용수(朱容秀)상무(李회장의 처남)가 담당하고 있다.

우방그룹에는 李회장의 장남인 종환(宗桓.31.우방 영업담당이사)씨와 차남 준환(準桓.29.우방랜드 기조실장이사)씨등 두 아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고 3남 승환(承桓.26)씨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MBA수업중이다.

주택전문회사 고집 李회장은 사업다각화에 열중하고 있는 다른 주택업체와 달리 앞으로도 계속 주택전문회사를 고수하겠다고 말한다.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될때까지는 아파트 수요가 여전할 뿐더러 대체수요는 무한하다는 판단에서다.잘 모르는 사업에 섣불리 뛰어들면 실패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도 있다.

우방그룹은 올해 매출 1조1천억원 달성은 문제가 없으며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2005년 매출 2조,30대그룹 진입'이라는 목표달성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신성식 기자 〈다음은 동방그룹편〉

<사진설명>

◀대구 우방랜드 안에 있는 대구타워.국내최고 202(해발 312)를 자랑하는 이 타워는 설계에서 완공까지 순수하게 우방의 기술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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