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의중 '我田引水'해석 - 政發協, 이수성 지지 불발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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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발협에 참가했던 민주계 핵심인사들의

이수성 지지 움직임은 파문을 일으키고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정발협의 상임집행위원 12명이 서명까지 했을때만 해도 대세가 이수성후보쪽으로 형성되는 조짐이었으나 결과는 불발이었다.두고 볼 일이나 이수성진영에 참가하는 정발협회원의 수는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칠 전망이다.

이같이 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특정후보에 대한 인위적 부양(浮揚)의 시도가 문제였다는 분석이다.이수성후보는 유권자및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각각 지지율이 이회창(李會昌).이인제(李仁濟)후보등에 비해 훨씬 낮았다.

다른 반이회창후보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정발협 핵심이 이같은 이수성후보를

이회창후보에 대한'유일한'대항주자로

부각시키려고 했던 것이 무리수였다고 적지않은 의원들이 지적했다.

민주계의 합의가 쉽지 않았던 구조적 한계도 장애였다.정발협이라는 틀을 벗겨내고 개별선택에 맡기기로 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민주계 전체의사를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럼에도 합의를 도출하려 했던 것 자체가 과욕이었던 셈이다.특히 이수성지지파는 최근 확산추세를 보이는 이인제지지파를 납득시키는데 실패했다.

논리적 설득력도 약했다.비록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정발협 핵심의 이수성후보 지지이유나 본선경쟁력 주장은 모두'영남후보 필승론'에 기반하고 있다.그것은 주장의 적실성 여부를 떠나 매우 옹색한 논리였다.

다른 권역 출신 위원장들의 반발을 자초해 실리(實利)면에서도 손해를 보았다.이수성지지 움직임에 가장 강력히 저항한 인사들이 정발협내의 호남.충청권 출신 원외위원장들이었다.끝으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김심(金心)에 대한 해석의 실수였다.이수성지지파들은 시중에 떠돌던 金대통령의 이수성선호설에 너무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수십년의 정치경력을 가진 金대통령이 결코 이 문제에 관해 섣불리,더군다나 한 두명의 측근에게'흘리는'방법으로 일을 도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했어야 했다.

한때 이수성지지로 선회하려던 관망파들이 되돌아 선 이유도 김심이 끝내 확인되지 않은 때문이었다.역류(逆流)도 이때부터 비로소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최종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보름도 채 안남은 신한국당 경선이지만 이같은 고비는 한두번 더 있을 전망이다.그때 누가 웃고 누가 울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후보들은“있지도 않은 김심보다 민심(民心)을 잡아야 한다.그래야 당심(黨心)도 잡을 수 있다”는 당직자의 충고를 새겨야 할 것같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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