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발길 잡는 한국 캐릭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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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미국 뉴욕의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라이센싱 2004'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관에 전시된 각종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9일 오전 '라이선싱 2004'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의 재비츠 컨벤션센터. 캐릭터를 비롯해 애니메이션.디자인.공예.출판물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최대 국제전시회를 보러온 업체 관계자들과 거래선.관람객들이 아침부터 북적댔다.

24회를 맞은 올해 전시회에는 전 세계에서 520개 업체가 5700여종의 각종 관련 상품을 출품했다. 디즈니.유니버설스튜디오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사를 비롯해 맥도널드.코카콜라.지프 등 유명 기업들, 그리고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 뉴욕타임스, 미국 조폐국.뉴욕시 소방국(FDNY)도 참가했다.

▶ 국산 캐릭터 '뿌까'(上)와 '마린블루스'.

넓은 행사장을 돌다가 눈길이 끌리는 곳에 섰다. 한국관이다. 고려라이센싱그룹.캐릭터라인.바른손 등 19개 회사가 황진이.태삿갓.마스크맨 등 모두 69개의 캐릭터와 디자인 상품을 출품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인기드라마 '별을 쏘다'도 새로운 얼굴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관에서 단연 인기있는 곳은 ㈜부즈가 개발한 자장면집 막내딸 '뿌까'다. 잠재 바이어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관람객들이 줄을 서있는 바람에 말을 걸기 미안할 정도다. 한참을 비켜 서있다 이 회사 마케팅사업부의 김지환 실장을 만났다.

"뿌까 캐릭터를 단 상품은 유럽과 동남아에 이어 북미 시장에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남미 시장에 상품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로열티 비즈니스를 시작할 욕심으로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거래선들이 뿌까를 그들이 만드는 각종 상품에 쓸 수 있도록 하고 로열티를 받는 장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사흘간 전시회가 끝나면 며칠 더 뉴욕에 남아 그동안의 상담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즈는 뿌까만으로 지난해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90%가 유럽과 중동.동남아 등 해외에서였다.

몇년 전에 국산 캐릭터의 원조인 마시마로와 뿌까의 에이전트도 했다는 킴스라이센싱의 김준영 사장은 "올해는 '마린 블루스'를 비롯한 몇 가지 자체 캐릭터를 가지고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년 정도만 있으면 캐릭터 관련 사업이 한국을 먹여살리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회사 동료와 한국관을 찾은 한 미국인은 "한국 캐릭터들이 앙증맞고 특색있는 것 같다"며 호감을 표시했다.

한국 업체들의 이번 전시회 참여에는 문화관광부 산하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큰 힘이 됐다. 진흥원이 공동 전시관을 마련해주고 팸플릿 제작 등 필요한 업무를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흥원의 박성희 대리는 "한국 업체들은 올해로 이 전시회에 네번 참가했다"며 "올해는 지난해 계약 실적(900만달러)을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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