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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오마주.파스티슈' 창작으로 당당히 인정받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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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남의 작품을 허락없이 이용하면'표절'이 된다.

하지만 과감하게 베끼면서도 비난은 커녕 창작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수가 있다.패러디(parody).오마주(hommage).파스티슈(pastiche) 양식이 그것이다.

패러디는 원작의 스타일.관습.모티브를 뒤틀고,비웃고,비아냥거림으로써 웃음을 만드는 풍자적인 모방을 지칭한다.

오마주는 원작자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작품의 일부를 따오는 행위다.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남의 작품 속의 스타일이나 아이디어를 과감히 가져와 새로운 이미지나 효과를 만드는 것이 파스티슈다.파스티슈를 두고

“창조적인 작가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의'텅빈 패러디'”라고 말한다.

코미디언 이영자나 전유성이 유명한 영화나 방송 드라마의 내용이나 장면을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재구성하거나 엉뚱하게 흉내 내는 것이 패러디다.

다만 원작의 진지함을

조소하는 풍자정신이 있을 때만 그렇게 인정된다.수많은 영화들의 내용을 짜깁기해

만든'총알 탄 사나이'시리즈,'못 말리는 람보''스파이 하드'등에서 보듯 할리우드는 패러디물을 영화장르의 하나로 발전시켰다.

오마주는 브라이언 드 팔마감독이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의 작품에서

여러 요소룰 따오면서 존경을 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선배 코미디언인

고춘자.장소팔의 만담을 이어받은 젊은

코미디언들의 아이디어는 오마주에 해당할 것이다.

혼성모방(混成模倣)으로 번역되는 파스티슈는 프랑스어로 원래 모방문.모작을 뜻하는 말이다.이는 남의 것을 그대로 따와서 새롭게 써먹는 것을 말하는데 포스트모더니즘적 문화현상의 하나로 해석된다.

코미디언 심형래가 70년대 인기 드라마'여로'의 남자 주인공 모습을 빌린 것이 이에 해당한다.그가 연기하는 과거속'영구'는 원래의 맥락에서 분리해 단지 개별적인 웃음거리로만 활용된다.

김미화의'정덕희 흉내'와 최병서의'김동길 따라하기'는 패러디와 파스티슈의 경계에 있다.인기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흉내만 내면 파스티슈고 풍자대상으로 활용했다면 패러디일 것이다. 채인택 기자

<사진설명>

패러디 장면을 모아 만든 영화'못 말리는 람보'의 한 장면.람보가 활로 폭탄을 날리는 장면과 로빈 후드가 활 쏘는 장면을 동시에 패러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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