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세력약화 우려 선제공격 - 내전위기 캄보디아 사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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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캄보디아 사태가 본격적인 내전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5일 빚어진 노도롬 라나리드 제1총리측와 삼타 훈센 제2총리측의 본격적인 무장충돌은 지난달 폴 포트의 급작스런 투항이 직접적인 촉발요인이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로의 세를 확장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두 세력은 그동안 폴 포트의 잔여세력 1만여명(크메르루즈군)을 자기진영에 끌어들이기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두 세력은 현재의 엇비슷한 세력 균형을 깰 수 있는 최대의 변수는 크메르 루즈군 뿐이라는 판단아래 대외적으로는 대학살을 자행한 크메르 루즈를 비난하면서도,물밑으로는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훈센총리측보다 군사적인 면에서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는 라나리드 총리측이 최근 크메르 루즈군 수뇌부와 모종의 담합을 하고 있다는 소문에 불안을 느낀 훈센측 무장세력이 라나리드의 외유를 틈타 선제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라나리드와 훈센간의 싸움은 애당초 라나리드가 이끄는 민족연합전선과 훈센이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연정을 구성하면서부터 이미 예상됐었다.

양 총리는 별도의 국방.내무장관을 거느리는등 내각의 요직에 자기 인맥을 구축해 놓고 사사건건 시비를 벌여 왔다.

이런 불안한 세력관계 때문에 지난해 11월 라나리드측이 훈센총리의 처남을 살해하고,올 3월에는 훈센측이 라나리드측 시위대에 수류탄을 던져 10여명을 사망케하는등의 유혈 보복전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느 한쪽의 분명한승리로 귀결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나리드 총리측은 훈센측의 이번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탱크와 장갑차까지 동원,시내로 진군할 것으로 알려져 엄청난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낳고 있다.

특히 라나리드가 주도하는 민족연합전선은 친중국계이며 후센의 CCP는 친베트남계라서 두 세력간의 싸움은 중국과 베트남의 분쟁이라는 국제전 성격으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안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봉수 기자

〈캄보디아 약사〉▶1941 시아누크 국왕 즉위▶1970 론놀장군 우익쿠데타로 집권,내전개시▶1975.4 폴 포트 주도의 크메르루주 집권,대학살▶1978.12 베트남군 침공▶1982.6 시아누크가 이끄는 반베트남 망명정부 수립▶1989.7~9 파리 평화회담▶1991.10 파리평화조약 서명▶1993 총선루 라나리드와 민족연합전선과 훈센의 캄보디아 인민당 연정시작▶1997.6 라나리드 제1총리 관저서 총격전,폴 포트 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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