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집회 참가 시민단체는 정부 보조금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불법 폭력 집회·시위를 주도하거나 여기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정부의 공익활동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행정안전부는 3일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사업비로 50억원을 책정했으며, 2월 말까지 신청을 받아 지원할 사업을 결정한다”며 “그러나 폭력 집회를 한 전력이 있는 시민단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예산 및 기금운용 집행 지침’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올해 중점적으로 지원할 사업을 ▶100대 국정과제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일자리 창출 및 4대 강 살리기 운동 ▶사회 통합과 선진화를 지향하는 신국민운동 ▶자원봉사활동 등과 관련된 공익활동으로 정하고 중앙행정기관에 등록된 833개 시민단체에 통보했다. 정부는 10~15명으로 공익사업선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월 15일 지원 단체를 최종 결정한다.

행정안전부 장만희 안전정책협력과장은 “국가 정책을 보완하거나 상승시키는 효과가 기대되는 공익사업 위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 특징”이라며 “폭력 집회를 한 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시민단체가 보조금을 신청하면 경찰청에 의뢰해 불법 시위를 한 단체인지 가려낼 방침이다. 경찰청은 불법 시위·집회 ‘전과’가 있는 시민단체를 60여 개로 파악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가 나중에 불법 집회·시위에 연루되면 보조금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정부 시책에 동조하는 단체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들을 정부 시책을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예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해마다 150억원씩,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00억원씩 시민단체를 지원했다. 절반은 행정안전부가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 자치단체가 확보한 예산에 합쳐 해당 지역 시민단체를 지원해 왔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두 개 이상의 시·도와 관련된 사업을 한 117개 시민단체, 133개 사업에 49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 지방에 내려보내는 보조금은 없으며 지자체는 자체 예산 273억원으로 지역의 시민단체를 지원한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