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뺨치는 지하철 화장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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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얼마 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내린 주희연(28·학원강사)씨는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깜짝 놀랐다. 좁고 지저분해 이용하기 꺼려졌던 역 화장실이 몰라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성용 변기 수가 많아져 줄을 서 기다릴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입구가 넓어지면서 조명도 환해졌다. 특히 주씨의 마음에 든 건 파우더룸(간이 화장대)이다. 그동안 화장을 고치거나 머리를 다듬을 때 세면대에 딸린 거울을 이용해 불편했지만 파우더룸이 생겨 가방을 놓고 편안하게 거울을 볼 수 있게 됐다. 주씨는 “화장실에 갈 일이 있으면 가급적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지하철 화장실이 백화점 화장실보다 더 깨끗하다”며 반가워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의 화장실 입구는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左). 이 역에는 장애인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승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형 다목적 화장실’이 설치됐다(右). [서울도시철도공사 제공]


서울의 지하철역 화장실이 변신하고 있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3일 종각·시청역 등 12개 역사의 화장실을 휴식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여자 화장실의 면적과 변기 수가 늘고 파우더룸이 생겨난 점이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칸마다 비상벨을 설치하고 화장실 조명을 200룩스 이상으로 높였다. 입구엔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했다.

또 장애인을 배려해 남자용과 여자용 화장실을 분리했다. 그동안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구분이 되지 않은 데다 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었다. 모든 장애인 화장실엔 시범적으로 비데를 설치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잠실·강남역 등 20개 역사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여의나루역 등 18개 역의 화장실을 리모델링했다. 5호선 여의나루역에는 아이를 데리고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형 다목적 화장실’을 만들었다. 도시철도공사는 매년 8곳씩 화장실을 바꿔나갈 예정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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