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내린 주희연(28·학원강사)씨는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깜짝 놀랐다. 좁고 지저분해 이용하기 꺼려졌던 역 화장실이 몰라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성용 변기 수가 많아져 줄을 서 기다릴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입구가 넓어지면서 조명도 환해졌다. 특히 주씨의 마음에 든 건 파우더룸(간이 화장대)이다. 그동안 화장을 고치거나 머리를 다듬을 때 세면대에 딸린 거울을 이용해 불편했지만 파우더룸이 생겨 가방을 놓고 편안하게 거울을 볼 수 있게 됐다. 주씨는 “화장실에 갈 일이 있으면 가급적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지하철 화장실이 백화점 화장실보다 더 깨끗하다”며 반가워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의 화장실 입구는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左). 이 역에는 장애인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승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형 다목적 화장실’이 설치됐다(右). [서울도시철도공사 제공]
서울의 지하철역 화장실이 변신하고 있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3일 종각·시청역 등 12개 역사의 화장실을 휴식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여자 화장실의 면적과 변기 수가 늘고 파우더룸이 생겨난 점이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칸마다 비상벨을 설치하고 화장실 조명을 200룩스 이상으로 높였다. 입구엔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여의나루역 등 18개 역의 화장실을 리모델링했다. 5호선 여의나루역에는 아이를 데리고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형 다목적 화장실’을 만들었다. 도시철도공사는 매년 8곳씩 화장실을 바꿔나갈 예정이다.
김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