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압구정 ‘럭셔리’ vs 홍대 앞 ‘빈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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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강남과 강북의 패션 거리를 대표하는 압구정동과 홍대 앞은 개성 있는 옷차림의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같은 시간 속을 살고 있지만 확연히 구분되는 두 거리의 패션 매니어들. 그들은 지금 각자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나. 중앙일보는 매월 초 거리로 직접 나가 개성과 감각이 톡톡 튀는 생생한 패션 현장을 전한다.

고급 명품 브랜드의 주요 매장이 줄지어 들어선 압구정동 패션의 공통적인 분위기는 딱 떨어지는 여성스러운 무드와 도시 감각이다. 무릎 길이에 맞는 깔끔한 라인의 스커트들은 짧은 재킷 또는 올겨울 유행한 모피 조끼와 조화를 이루면서 지금 바로 사무실로 걸어가 업무에 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 준다. 몸에 딱 붙는 스키니 바지 차림 역시 짧은 상의와 매치돼 도시 여성 특유의 세련된 활동미를 강조하고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상 의상의 전체 컬러 톤은 차분한 검정색이 대세. 하지만 조끼·가방·구두· 머플러 등의 컬러와 소재의 이질감을 이용해 전체 의상 중 어느 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강조한 ‘원 포인트’ 스타일링이 ‘럭셔리’의 대명사인 압구정동답게 고급스러운 감각을 보여 준다.

자유로운 예술적 감각이 넘쳐 나는 홍대 앞 패션은 지금 빈티지 물결로 가득하다. 모던과 클래식의 공존이 가능한 빈티지 룩의 대표적인 특징은 ‘낡은 듯하지만 멋스러운 디테일’과 ‘부조화 속의 자연스러움’을 들 수 있다.

삼촌의 남방셔츠를 줄여 만든 듯한 체크무늬 외투와 가방, 할머니의 옷장을 뒤져 찾아낸 것 같은 굵은 실의 니트와 모피 액세서리 등은 빛바랜 과거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따뜻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매력이 있다. 여기에 일본 하라주쿠 패션으로 정의되는 프리 스타일링(일정한 체계 없이 자유로운)도 가세했다.

야성적인 가죽 재킷과 소녀스러운 레이스 치마의 매치가 대표적인 예. 다양한 소재, 무늬의 옷과 액세서리를 여러 겹 걸쳐 깔끔한 인상과는 멀어 보이는 레이어드 룩도 홍대 앞 패션 매니어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링이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최미경 프리랜서, 진행=강유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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