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삼성·현대, 건설 설계 엔지니어링업 작년 최대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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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건설업계가 퇴출과 구조조정의 홍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건설공사 설계를 주로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수주액이 전년보다 20.6% 증가한 5조8464억원한 것을 비롯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 이상 늘렸다. 사상 최대실적을 올린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실적 볼륨은 삼성에 뒤지지만 성장 속도는 놀랍다. 지난해 2조317억원어치를 수주했고 75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7보다 103%, 101% 각각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상이익은 1109억원에 달해 2007년 대비 3배로 급증했다. 이 회사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두 업체는 블루오션을 효율적으로 공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산유국의 수요가 꾸준한 화공플랜트(석유화학·정유·가스 생산설비를 만드는 것)사업에 집중했다. 지난해 화공부문 매출액은 전년보다 61.2%나 늘어난 4조5000억원에 달했다. 또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화공플랜트 부문은 원래 진입장벽이 높다. 공정 자체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수주경쟁에 명함도 못 내민다. 삼성엔지니어링 IR·홍보 담당 홍성일 부장은 “지난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은 일본 도요(Toyo)사 등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업체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김중겸 사장의 해외시장공략 전략이 적중했다. 김사장은 취임 직후인 2007년초부터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려 2006년 3개국이었던 해외사업지를 15개국으로 늘렸다. 그 결과 2006년 전체 매출의 20%선이었던 해외 매출이 지난해 60%선으로 올라갔다. 김중겸 사장은 “SOC분야 및 수익성이 좋은 자재구매(P)·건설관리(CM)분야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변화한 것이 수주액과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4대강 정비사업 및 기후변화에 대응한 환경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감이 넘쳐나는 두 업체는 인력을 계속 늘리고 있다. 감원 등의 구조조정은 ‘남의 일’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250명 이상을 채용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150명 이상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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