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은 싸고 기능은 다양…인터넷 전화 무섭게 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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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가 급증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0만 회선을 넘었다. 전체 고정전화 시장(2500만 회선)의 10%에 해당한다. 불황 터널의 끝이 잘 보이지 않자 통신비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유선전화를 값싼 인터넷전화로 바꾸는 이들이 급증한 때문이다. 쓰던 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는 ‘번호이동제’가 지난해 10월 30일 시행된 것도 기폭제가 됐다. 전체 가입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 회선이 두 달여 만에 유입된 것. LG데이콤의 박형일 상무는 “이런 추세라면 연말께 가입자가 500만 건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양한 서비스=국내의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는 LG데이콤·삼성네트웍스 등 11개사다. 이 중 LG데이콤·KT·한국케이블텔레콤(KCT)·SK브로드밴드만 일반 가정을 상대로 가입자를 모집한다.

연말 가입자 250만의 절반가량(130만)이 가정 고객으로 추정된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인터넷전화가 보편화되는 건 무엇보다 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시외통화료가 시내통화료와 같고, 휴대전화에 거는 요금도 일반 유선전화보다 낮다. 국제전화 요금 역시 유선전화의 5분의 1이 안 된다. 또 같은 회사에 가입한 사람끼리는 통화료가 무료다(KT 제외). 삼성네트웍스는 일본 소프트뱅크BB와 손잡고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일 간 무료 국제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업체인 스카이프의 경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인터넷전화 사업자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만큼 기존 집전화에선 누릴 수 없던 부가서비스가 다양하다. ▶날씨·주가 등 생활정보 검색 ▶벨소리·배경화면 내려받기 ▶e-메일 송수신 ▶전화번호 대량 저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면 이전에 쓰던 전화기 대신 인터넷전화 전용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전용 단말기 가격은 기능에 따라 7만~55만원으로 다양하다. 대부분의 통신업체가 약정기간이나 가입상품에 따라 단말기 가격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실제 구입비용은 이보다 적다. 옛 전화기를 그대로 쓰려면 통신업체가 제공하는 전용 모뎀을 빌려야 한다. 이 역시 1년 이상 약정 계약을 하면 무료 임대하는 곳이 많다.

◆불편한 점도=유선전화엔 없는 약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119 등 긴급통화 때 자동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소방서에선 가입자가 통신업체에 제공한 주소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사 때마다 주소변경 신고를 해놓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PC처럼 해킹당할 위험도 있다. 이 밖에 신혼부부처럼 첫 집전화로 인터넷전화를 선택한 경우엔 ‘070’(인터넷전화 식별번호)이 붙은 전화번호만 부여받을 수 있다. 일반 전화번호를 갖고 싶으면 일단 유선전화에 가입한 뒤 인터넷전화로 가입처를 바꿔야 한다.

한편 인터넷전화가 활성화하면서 KT가 거의 독식해온 유선전화 사업이 더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해 말에는 11년 만에 유선전화 가입자 수가 2000만 회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KT도 올해부턴 유선전화 시장 수성에만 매달리지 않고 인터넷전화 가입자 확보에 힘을 기울일 태세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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