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간첩오인 사격 숨진 사고는 양쪽의 과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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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군 작전지역 해안가에서 낚시꾼이 간첩으로 오인받아 해안경계초병의 사격을 받고 숨진 사건은 한밤중에 민간인 통제구역을 함부로 들어간 낚시꾼들의 안전불감증과 군의 신중하지 못한 대응자세가 빚은 사고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고가 난 부산시기장군기장읍죽성리 시온합섬 부근 바닷가는 군 작전지역으로 원칙적으로 24시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지만 관례적으로 낮에는 민간인 출입이 가능해 평소에도 인근 주민이나 낚시꾼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 사고를 당한 閔내섭(38)씨도 부산시기장군기장읍에서 D낚시점을 운영하는 朴대성(48)씨등 일행 5명과 함께 밤낚시를 하기위해 0.5짜리 FRP(강화플라스틱)어선 동진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통제구역으로 들어갔다.

기장군 일대 낚시점들은“밤에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할 때는 군 작전지역도 가끔씩 드나 든다”고 말해 통제구역에 대한 무신경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閔씨 일행을 발견한 뒤의 군 대응자세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낚시꾼등 민간인이 종종 출입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군이 수하를 했다고는 하지만 보다 철저한 확인작업없이 실탄을 발사했다는 점은 경솔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閔씨 일행과 주민들은“더욱이 초병들이 閔씨 일행을 발견하고 야간 감시장비로 조끼를 입고 모자까지 쓴 사실을 알만큼 식별이 가능했는데도 간첩으로 알고 총격을 가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대해 군은“閔씨 일행 발견이후 3차례 수하를 했으나 응답이 없어 경고사격으로 1발을 발사했으나 閔씨 일행이 달아나 실탄 2발씩 2번,5발씩 2번 모두 15발을 발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閔씨 일행은“수하를 전혀 듣지 못했으며 총격을 받자마자 엎드렸고 경고사격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총격이 잇따라 계속됐으며 배로 실탄이 마구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고직후 閔씨 일행으로부터 신고받은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군이 접근을 막고 朴씨등 민간인 5명을 헌병대로 데려가 오랜시간 자체조사하는등 폐쇄적인 수사를 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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