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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앞치마 두른 남편 "아점은 오빠가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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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엔 아내에게 적당히 게으름 피울 여유를 주자.'

생각은 쉽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먼저 일어나 곤히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우지 않고 살며시 거실로 나올 때만 해도 '그래, 오늘만은 푹 자게 놔두자'는 마음이리라. 뒤이어 현관에 있는 신문을 가져다가 펼쳐들고는 신문의 지면이 뒤로 넘어갈수록 '이 사람이 아침밥은 언제주려고?'로 생각이 달라진다. '아침 밥상은 아내의 몫'이란 구닥다리 사고 때문에 너그럽던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게 대한민국 남편들의 현주소다. 이때 과감히 앞치마를 두르고 아내를 위한 아점(브런치) 밥상을 차리려는 남편들을 위해 라퀴진 정소진 요리팀장이 도움말과 더불어 간단한 브런치 요리 네가지를 소개했다.

◆눈과 입을 닫으세요=오랜만에 냉장고와 싱크대를 열다 보면 눈에 거슬리는 잔소릿거리가 나오게 마련. 그렇더라도 눈을 감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래서 남편이 주방에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주부도 많다. 애써 밥 해먹이고 다투는 일이 없으려면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

◆무리하게 벌이지 마세요=일을 크게 벌이다 보면 아내에게 SOS를 요청하는 불상사로 번질 수 있다. 있는 반찬으로 차려내도 아내의 감동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정히 모양새를 갖추고 싶다면 만들기 쉬운 메인 요리 한 가지에 과일 음료와 야채 샐러드만 준비해도 좋다.

◆한식 브런치도 가능해요=브런치라고 하면 서양식만 생각하기 쉽지만 죽 같이 부드러운 음식도 괜찮은 아이템이다. 다만 모처럼 남편이 차려주는 메뉴로는 덜 로맨틱하기도 하고, 배가 쉽게 꺼질 수 있으므로 양이 큰 아내라면 든든한 부식물도 함께 만들도록 한다.

◆한 접시에 내는 방법도 있어요=접시에 주 요리와 샐러드를 함께 담으면 푸짐해 보이기도 하고 센스도 있어 보인다. 또 남편이 만든 음식에 감동한 아내가 다 먹고 난 뒤 설거지를 자청하고 나설 테지만 아닐 경우도 있으므로 접시를 하나만 쓰면 뒷일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조금은 뻔뻔해지세요=서양에서는 남편이 침대용 쟁반(bed tray)에 음식을 차려 침대로 날라주기까지 한다. 신혼일 경우엔 흉내낼 만한데 한 손엔 음식이 차려진 쟁반을, 다른 한 손엔 쿠션을 들고 들어가 무릎 위에 놓아 편안하게 먹도록 해준다.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 낯 뜨거우면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식탁에 차려도 상관없다.

◆분위기도 업(up)시키세요=근사한 꽃꽂이가 아니더라도 꽃 한 송이를 식탁에 올린다. 투명한 컵에 물을 채우고 꽃을 작게 잘라 띄워도 훌륭한 작품이 된다. 각종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큰 유리그릇에 담아 플레인 요구르트나 레몬 시럽을 뿌리면 과일 샐러드인 동시에 센터피스 구실도 한다. 그리고 아침인 만큼 상큼한 음악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기를.

도움말=정소진 라퀴진 요리팀장
정리=유지상 기자

*** 당근 씻고 피망 썰고…사랑을 익혀요

실눈을 떠 휴대전화 시계를 보니 오전 7시20분. 평소보다 고작 20분을 더 잤다. 연 이틀 쉰다는 마음에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하며 반대쪽으로 몸을 뒤척인다. 사랑스러운 나의 공주님은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자고 있다.

요즘 나의 공주님은 잠꾸러기가 됐다.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 종종걸음을 치며 분주하게 아침준비를 했었는데 요즘은 내가 깨우는 경우도 많다. 12월에 만날 어진(태명)이 때문이다. 임신이란 여자들에게 무척 힘든 일인 모양이다.

쉬는 날이라도 푹 자라고 살그머니 침대를 빠져나왔다. 거실 바닥에 신문을 펼쳐놓고 샅샅이 훑었는데도 나의 공주는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깨울까 말까'침실 문고리를 잡고 고민하다가 '좀더 자게 놔두자'며 뒤로 돌아서는 순간 큼지막한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거다, 잠꾸러기 공주님을 위해 브런치를 만들자.'

냉장고를 열어 보니 홍당무, 초록색 피망, 줄무늬의 베이컨 등 쓸 만한 재료가 많았다. 연애시절 그녀에게 종종 해주던 오무라이스가 생각났다. 앞치마를 두르고 "앗싸".

먼저 쌀을 잘 씻어서 전기밥솥에 넣고 시작 버튼 '꾸욱'. 당근.감자.양파.피망을 깨끗이 씻어서 '송송송'. 미역까지 꺼내 냄비에 올리고 나니 전기밥솥에서 밥짓기 끝이란 신호음이 "삐삐".

다음은 프라이팬을 들고 야채 볶기. 뜨거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당근을 넣으려는 순간 등 뒤로 착 달라붙는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공주님, 일어나셨군요. 지금은 위험하오니 욕실로 자리를 피해 세수하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프라이팬을 든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야채와 베이컨 등을 먼저 볶고 밥을 넣어 알록달록 예쁜 볶음밥을 만들었다. 오늘의 요리핵심인 계란을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만들어 밥을 예쁘게 싸는 일. 오랜만에 하다 보니 역시나 옆구리가 터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케첩으로 하트 모양을 그려 넣어 적당히 숨겼다.

식탁에 어설프게 차려놓은 오무라이스 브런치에 나의 공주님은 연신 맛있다는 소리를 해가며 더 달라고 한다. '뱃속에 있는 어진이란 놈이 벌써 아빠 밥을 다 빼앗아 먹는군.'내 몫까지 덜어주며 행복한 아점(아침 겸 점심)을 즐겼다.

잠꾸러기가 된 아내를 위해 브런치 요리한 날.

- 이광수씨는 현재 대우조선해양㈜ 전략팀에 근무. 맞벌이 아내 안정은씨랑 호주 유학 중 만나 지난해 말 결혼했다.

*** 아내를 위한 브런치 제안

◆두부 볶음밥

▶재료=밥 4공기, 두부 1모, 당근 1/3개, 양파 1/2개, 피망 1/2개, 숙주 100g, 간장 2큰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깨.후춧가루.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두부는 칼등으로 으깨고 깨끗한 면보자기로 싸서 물기를 뺀다. 당근.양파.피망은 잘게 썰어 놓는다. 숙주는 깨끗이 씻어서 머리와 꼬리를 뗀다.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두부를 먼저 볶다가 두부가 노릇해지면 숙주를 제외한 각종 야채를 넣는다. 밥과 간장.설탕.참기름.깨.후춧가루를 넣고 볶다가 마지막으로 숙주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낸다.

◆베이컨 감자 구이

▶재료=베이컨 5줄, 양파 1개, 감자 3개, 달걀 1개, 다진 파슬리 2큰술, 식용유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베이컨과 양파는 작게 다져 놓는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 얇게 채를 쳐 둔다. 큰 볼에 준비한 베이컨.양파.감자.파슬리.달걀을 넣고 잘 섞은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기름을 두른 뜨거운 팬에 넣고 전 부치듯이 15~20분 정도 익힌다. 한쪽 면이 갈색으로 익으면 뒤집어서 5분 정도 더 익힌다. 완성되자마자 뜨거울 때 접시에 담아 낸다.

◆과일 샐러드

▶재료=파인애플 1/2개, 오렌지 2개, 딸기 3/4컵 (산딸기나 체리도 가능), 청포도 1/2컵, 키위 1개

▶시럽 재료=물 1/4컵, 설탕 1/4컵, 생강(손가락 마디 크기) 2개, 레몬 1개

▶시럽 만들기=생강은 껍질을 벗겨 얇게 편으로 썬다. 레몬은 반으로 갈라 즙을 내고, 남은 껍질은 가늘게 채 썬다. 작은 팬에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 뒤 끓으면 불을 줄이고 1분 정도 조린 다음 레몬껍질과 생강은 걸러내고 식혀서 시럽으로 쓴다.

▶과일 준비하기=파인애플은 껍질을 벗기고 둥글게 슬라이스 한 뒤 가운데 딱딱한 심을 잘라내 큼직하게 썬다. 오렌지는 껍질을 벗기고 살만 발라낸다. 키위는 껍질을 벗기고 길쭉하게 썬다. 청포도와 딸기도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썬다. 큼직한 그릇에 준비한 과일을 담고 식힌 시럽을 뿌려 낸다.

◆바나나 셰이크

▶재료=바나나 큰 것 3개, 바닐라 아이스크림 3/2컵, 차가운 우유 500ml, 꿀 3큰술, 얼음 1컵

▶만드는 법=바나나는 껍질을 까고 큼직하게 썬 뒤 다른 재료와 함께 믹서에 넣고 갈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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