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집회 불참자에 3만원씩 강제징수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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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민대표들이 아파트의 민원성 시위.집회에 불참한 주민에게 자체적으로 정한 '벌금'을 강요해 말썽이 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부근에 설치된 쓰레기 소각장 폐쇄를 구청측에 요구해온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한 아파트 주민대표자회의는 5월21일 항의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주민에게서 3만원씩을 '시위찬조금'으로 징수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과 25일 쓰레기집하장과 구청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불참했던 주민들이 벌금 납부를 거부하자 참가했던 주민들이 부녀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징수에 나서 충돌을 빚은 것. 동대표등 주민들은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시위에 참석하지 않은 집을 공개해놓고 여러명이 방문징수를 하고 있다. 이들은 또 징수실적을 올리기 위해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도록 라인을 바꿔 돈을 걷고 있다.

두차례의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주민은 8백여가구로 벌금이 모두 걷힐 경우 2천4백여만원. 부녀회측은 이 돈을 시위에 쓰였던 점심값등 잡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주민 金모(53.여)씨는“퇴근후 귀가해보니 83세의 시어머니가 주민 여러명에 둘러싸여 삿대질과 함께 벌금을 강요당하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고 분개했다.

또 시위당일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갔던 李모(여.42.주부)씨도“여러명이 몰려다니며 강요해 어쩔 수 없이 3만원을 반장에게 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주민대표자회의측은 “주민들간에 갈등이 잦은데다 강제징수는 말썽의 소지가 있어 벌금징수 계획을 철회했으나 부녀회를 중심으로 몰려다니며 돈을 걷고 있어 아주 난처하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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