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책과 함께 더위사냥 - SF.추리物로 '以책治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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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서도 훌륭한 피서 방법이 될 수 있다. 책 속에는 산과 바다의 활자가 넘실대며 곧바로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우리 국토의 숨결이 살아있으며 이국(異國)의 정취가 배어 있다. 휴가철 읽기 좋은 책을 골라 피서의 동반자로 권해 본다. 편집자주

무더운 여름은 공상과학소설과 추리물이 어울리는 계절. 박진감 넘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짜증나는 더위를 잊게 된다.흥미도 흥미려니와 미래사회에 대한 정보나 상상력을 한없이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류의 특장. 대형 SF.추리물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의학계 비리를 둘러싼 스릴러부터 바다.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소설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고생물학.인류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쓴 전문적인 내용의 소설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들은 '메그'(중앙M&B刊),'영혼의 빛'(황금가지), '백신'(대산),'모스'(포레스트). 백악기말부터 7천만년동안 생존했다는 백상어의 조상 메갈로돈이 등장하는'메그'는 해양학.고생물학을 전공한 작가 스티브 앨튼의 전문지식이 총동원된 해양과학소설.길이 20M,몸무게 20t의 대형괴물과 인간과의 싸움을 그렸다.

수심 6천m 이하의 심해(深海)로 탐사를 떠난 고생물학자가 메갈로돈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소설의 시작. 심해 난류층을 벗어나 수면 위로 올라온 괴물은 고래와 인간들을 공격한다.선사시대 생물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메갈로돈 생포에 나서고 미해군은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해 핵잠수함을 띄워 거대한 괴물과 전쟁을 벌인다.

광(光)박테리아.장님가재 등 베일에 싸인 심해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며 첨단의 해양탐사 장비에 관한 설명 등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이달 10일 발간될 예정. 신과 외계생명의 존재에 관해 다룬 '영혼의 빛'(전2권)은 인류학 박사 메리 도리아 러셀의 작품. 2019년 살아있는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던 산도즈 신부가 공학박사.의사.컴퓨터 천재들과 함께 미지의 행성에서 보내온 신의 부름에 답하기 위해 탐사대를 조직한다.1광년후 이들 일행은 라캣행성에서 루나라는 꼬리 달린 농업종족을 만나게 된다.그러나 행성의 주인으로 알았던 루나는 자나아타라는 종족이 기르는 가축에 불과했고 탐사대는 루나들과 함께 자나아타에게 학살을 당한다.2060년 가까스로 지구로 귀환한 유일한 생존자 산도즈 신부는 인류가 지닌 유토피아의 허상을 폭로한다.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외계 생명체에 관한 설명에는 안면(顔面)과 두개골(頭蓋骨),식인(食人)풍습에 관해 그동안 작가가 연구한 내용이 가미돼 있다.

의사이자 정신치료사인 앤드류 스탠웨이가 쓴'백신'(전2권)도 전문성이 돋보이는 소설.단 한번의 접종으로 임신과 에이즈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피임약 개발을 둘러싼 국제적 음모와 타개가 기둥 줄거리다.

미국의회는 러시아가 꿈의 피임약 백신을 개발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특전대까지 동원해 제조 정보를 훔쳐낸다.

그러나 철저한 보안 속에 보관되던 백신 제조 데이터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은 피임백신이 미국시장에 판매된다.이에는 경제파탄에 빠진 러시아가 부작용을 안고 있는 백신을 유통시킨뒤 해독제를 개발해 엄청난 이익을 얻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이 소설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사탄 집단이 정치와 경제.문화를 지배한다는 내용의'모스'(전6권)는 선과 악의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소설.악마를 추종하는 집단이 쾌락과 방종을 부르짖는 대중문화계와 비리에 휩싸인 정치.경제계 배후에 숨어 있어 이를 파헤치려는 사람들과 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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