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女사채업자 간큰 사기 제2장영자 꿈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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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일 사기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신옥(李信玉)씨의 자금동원 수법은 한마디로 은행을 사(私)금고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30대 초반에 월 2백억원 이상의 사채를 굴려온 李씨가 사채업에 눈을 뜬 것은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검찰에 따르면 전문대 출신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난 李씨는'아줌마'로 부르며 따르던 사채업자로부터 사채업을 배운 뒤 86년부터 친지들로부터 싼 이자로 빌린 돈을 급전(急錢)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줘 차액을 챙기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독립한 李씨는 최고 2할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주는 속칭 달러 빚놀이를 했다.李씨는 이어 한때 강원도동해시에 관광호텔 신축사업을 추진하는등 부동산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 수사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李씨 사업은 95년말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사채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월 3부~4부5리로 빌려준 돈의 이자가 걷히지 않자 李씨는 대형 사채업자들로부터 월 5부 이상을 주고 자금을 끌어다 원금과 이자를 메우기 시작했고 사정이 다급해지자 조흥은행 삼풍지점 박종진(朴鍾珍.구속)대리를 끌어들였다.李씨는 삼풍지점 승격식에 초대될 정도의 우수한 거래실적을 바탕으로 은행영업 개시 직후 당일 필요한 자금이 입금된 것처럼 단말기 조작을 부탁한 뒤 현금거래 한푼 없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인출해 자금을 운용했다.검찰 관계자는“李씨가 이같은 방법으로 돈을 굴려 사채시장에서는'제2의 장영자'라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전했다.또 李씨는 조작된 예금통장을 주변에 과시하며“대기업과 수십억원대의 거래를 해야 하는데 몇 억원이 모자라니 좀 보태면 고율이자를 챙길 수 있다”고 유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朴대리에게는 한번에 50만원에서 1백만원씩 커미션이 건네졌고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커미션도 수백만원에서 최고 2천만원까지 올라갔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자금회전은 5월26일 입금을 조작한 45억원을 막지 못해 결국 종말을 맞고 말았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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