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자식’ 홈스, 수퍼맨으로 인생 역전 터치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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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직전까지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진, 수퍼보울 사상 최고의 명승부였다고 미국 언론은 평했다. 그리고 주인공은 20-23으로 뒤지던 종료 35초 전 터치다운 패스를 움켜쥔 피츠버그의 와이드 리시버 산토니오 홈스(25)였다.

결승 터치다운과 함께 MVP에 오른 홈스는 플로리다 남부의 빈민가인 벨글레이드에서 태어났다.

2003년 미국 내 폭력범죄 발생률 2위를 기록한 우범지대이기도 했다. 홈스는 어린 시절 토끼를 잡으러 다녔다. 날쌘 토끼를 하루에도 여러 마리 잡을 정도로 홈스는 빨랐다고 한다.

그는 10대엔 마약을 팔기도 했다. 홈스는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에서, 감옥에서 지내는 것이 친구들의 일상이었다. 어릴 적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내가 살아야 할 길이 아니라고 느꼈다. 나는 풋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홈스는 결국 수퍼보울 MVP가 됐다. 3년 전 한국계 하인스 워드가 MVP가 됐는데 이제 홈스가 팀 선배 워드의 뒤를 잇게 됐다. 그는 아홉 차례 패스를 받아내고 131야드를 전진해 양 팀 리시버 중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피츠버그의 공격은 하인스 워드가 시작했다. 1쿼터 45초에 38야드짜리 패스를 받아내며 기선을 제압했고, 피츠버그는 10-0으로 앞서갔다. 애리조나는 2쿼터 들어 쿼터백 커트 워너의 패스가 불을 뿜기 시작하면서 7-10으로 쫓아갔다. 전반 종료 직전엔 상대 엔드존 3야드 앞까지 전진해 역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터치다운을 노린 패스가 인터셉트되면서 대형 사건이 터졌다. 공을 가로챈 피츠버그의 수비수 제임스 해리슨은 상대 엔드존까지 질주, 수퍼보울 사상 첫 100야드 인터셉트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피츠버그는 3쿼터 후반 20-7까지 달아났다. 벼랑 끝에 몰린 애리조나는 4쿼터 이판사판식으로 반격했다. 와이드 리시버를 서너명씩 기용하면서 총공세를 폈다. 쿼터백 워너의 송곳 패스도 살아났다. ‘아이언 커튼’(철의 장막) 피츠버그의 수비진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애리조나는 종료 3분을 남기고 20-16으로 추격했다. 애리조나의 와이드 리시버 래리 피츠제럴드는 2분37초를 남겨놓고 64야드 터치다운 공격을 성공, 23-20으로 극적인 역전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1947년 이후 62년 만에 수퍼보울을 품에 안으려던 애리조나의 단꿈은 2분 만에 깨졌다. 종료 35초 전 홈스가 터치다운을 성공하는 장면은 애리조나엔 악몽이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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