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소기업 400여곳 속타는 사연 털어나 - 중소기업청 애로신고센터 설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부도난 회사의 어음을 할인받을 방법이 없겠습니까.”“탄탄한 회사의 어음을 갖고 있는데도 우리 회사의 담보가 없다고 은행에서 할인해 주지 않습니다.” 잇따른 대형부도사건의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지난 2일부터 30일까지 본청과 지방중소기업청에 설치.운영중인 어음거래 애로신고센터에는 어음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사연들이 빗발쳤다.특히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손에 쥐고도 자신의 담보가 없어 금융권에서 할인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거나 사채시장을 찾아 '울며 겨자먹기'로 월 2.5%(연30%)의 고리할인을 받은 중소기업인들도 있었다.

중기청에 접수된 애로건수는 28일현재 서울에서만 1백여건.30일까지는 전국적으로 4백여건에 이를 것으로 중기청은 추정했다.

…어음거래 애로신고센터에는 부도난 업체나 부도 소문이 도는 부실업체가 발행한 어음을 손에 쥔 민원인들이 가장 많이 몰렸다.의류업체 A사는 한신공영으로부터 유니폼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 7천만원을 은행에서 할인받았으나 한신공영 부도 이후 은행에서 이를 갚으라고 해 막막한 상태라며'정부에서 한신공영을 지원할 길이 없느냐'고 물었다.

또 B업체는 한보건설 관계사인 한림식품에 쌀가루를 납품하고 받은 8천만원의 어음 때문에 찾아왔으며,기계부품업체인 C사는 진로인더스트리에서 받은 어음을 할인할 길을 물었으나 뾰족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중기청 자금지원과의 양봉환(梁鳳煥)서기관은“대기업 부도로 중소기업이 연쇄도산하는 경우가 많다”며“어음에 배서해서 돌리는 것을 일부 제한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할인받기 위해 은행문을 두드렸으나 자신의 담보가 없어 이를 할인받지 못한 사연을 호소한 기업인들도 줄을 이었다.

계측기업체인 D사는 거래하는 중소업체로부터 1억원의 어음을 받았으나 담보가 없어 할인을 못받았으며,목재회사인 E사도 건설회사에 자재를 납품하고 어음을 받았으나 담보 때문에 할인을 못받는다고 호소. 피아노부품업체인 E사는 은행에서 요구하는 담보를 마련할 길이 없어 사채업자에게 월 2.5%의 고리로 할인을 받았다고 토로하고 은행에 할인협조를 해달라고 요청. 또 부도위기 소문이 도는 기업의 80일짜리 어음을 받은 의류업체 F사는 은행에서'담보가 필요하다'며 할인을 기피하는 바람에 사채시장에서 월 5%(연60%)에 할인받았다고 푸념했다.

…건축업체인 G사는 중견그룹에 물품을 납품하고 1백50일짜리 어음을 받았으나 기한이 너무 길어 은행에서 할인을 못받는다고 하소연했다.건설 하청업체인 H사도 중견 건설업체로부터 받은 1백60일짜리 어음을 사채시장에서만 할인받는다며“이를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할인받을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했다.

중기청 관계자는“어음 만기가 90일을 넘는등 기한이 너무 길면 할인받기도 어렵고 할인율도 정상적으로 적용받지 못한다”고 실태를 설명했다. 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