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한중, 서로를 보는 2009 4대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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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그룹이 선정한 '올해 주목해야 하는 세계 지도자 10인'의 2위에 오른 왕치산 중국 부총리

2009년 한 해 중국은 과연 한국의 어떤 문제에 주목할까.

이리저리 열심히 귀동냥한 결과
중국이 올해 한국에 관심을 갖는 건 아래 네 가지 포인트란다.

한미관계, 남북한관계, 경제위기극복, 개헌문제 등이
중국이 '2009년의 한국을 챙겨보는 4대 관전 포인트'란 것이다.

대충 다 짐작이 가는 사항들이다.
MB 정부 들어선 이후 중국이 한미 동맹 복원에 대해
무척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미국이 한국을 적절하게 활용해
중국을 포위하려고 한다는 우려에서
중국은 조금도 벗어나 있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남북한 관계와
세계적 경제위기에 따른 경제위기극복 문제 또한 예상했던 바다.

마지막 개헌문제는 국내 정치상황을 챙기는 부분이다.
개헌여부에 따라 향후 한국 집권당은 누가 되고,
이에 따라 한국 정치는 어떻게 흐를 것이고,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중요 문제다.

자,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어떤 문제에 주목하고 있을까.
과문해서 그런지 4대 관전 포인트 운운의 말은 나오고 있지 않다.
중국이 섭섭해 하는 것처럼 한국이 미국만 챙기고
중국에 대해선 아예 전략도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가 2009년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질 사항도
중국이 한국에 관심 갖는 4대 포인트와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첫째가 한미관계에 비견될 중미관계다.
올해로 중미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앞전 글에 썼듯이
양국관계는 화약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형국이다.

미국의 지성인 NYT가
미국 경제위기의 한 원인으로 중국을 꼬집는
어처구니 없는 글을 싣더니,
미국 최초로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재무장관이라는
가이트너는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라는 말로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도 뒤질세라
'지속발전 가능하지 않은 모델을 가진 나라'라며
미국을 비꼬고 있다. 원 총리 체면에는 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문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중미관계의 불협화음이 한국에 불똥을 튀기지 않도록 관리할 일이다.
원 총리도 중미 불화는 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불리하다고 했는데 말이다.

둘째는 남북한관계에 비견되는 북중관계다.
북한의 핵실험에 '제멋대로'라는 표현을 쓰며 나무랐던 중국이
이제는 또다시 김정일을 중국으로 초청하는 제스처를 쓰고 있다.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 혈맹이 다시 뭉치는 격이다.

세째는 경제위기극복에 해당할
중국의 내수진작에 한국은 과연 먹을 떡이 있느냐 여부다.
중국이 4조위안, 심지어 18조위안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데
한국기업이 슬며시 발 집어 넣어 떡고물 챙길 부분이 있겠느냐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머리를 싸매고 달려 들어야 할텐데,
'그래야 할 터인데'라는 말만 많고 누구 하나 챙기는 곳이 없어 보인다.

네째는 한국의 개헌문제에 비견될 중국의 국내 정치문제로,
중국의 권력 동향에 좀 더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 혹시 지난 1월21일
세계적 정치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이
'올해 주목해야 하는 세계 지도자 10인'의 랭킹을 기억하시는가.

1위는 당연히 오바마인데
2위에는 왕치산 중국 부총리가 올랐다.
(참고로 3위는 푸틴 러시아 총리)

유라시아 그룹은 "세계 경제위기가 가장 시급한 문제인 만큼
미국, 중국,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특별히 더 힘겨운 한 해를 맞을 것"이란
평가를 곁들였다.

자, 이쯤되면
2위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나
적어도 원자바오 총리가 올라야 되지 않았을까.

특히 경제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유라시아 그룹이 강조한 만큼
후 주석은 아니더라도 중국경제의 총책임자인 원 총리가 올라야 마땅하다.
그러나 유라시아가 보기에 중국경제의 책임자는 원자바오가 아닌
왕치산 상무 부총리인 것이다.

여러분은 이게 뭘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경제를 직접 챙겨온 건 총리였다.

저우언라이가 그랬고,
최근엔 경제짜르로까지 불린 주룽지가 그랬다.
원자바오 총리도 물론 그랬었고...
그렇다면 중국 권력 내부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인가...

아직 원 총리의 인기는 높다.
특히 일반 백성들에게는 '자상한 어머니'로서의 이미지다.
춘절(설) 기간 쓰촨 대지진 재해 지역으로 달려간 것도 그였다.

결국 경제 실무는 왕치산이 하고,
원 총리는 '자상한 어머니'라는 총리 이미지에 더 충실한 것 같지 않은가.

몇 가지 더 꼬리를 물고 이어질 이야기가 있겠지만,
'知足願云止'라는 을지문덕 장군의 말씀도 계시고 하니,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감에 여러분 모두 동의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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