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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대기자의시각>불안 누르고 희망을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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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콩은 겉보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다.그러나 새시대의 새벽을 맞는 홍콩은 긴장하고 흥분해 있다.홍콩의 6백30만 주민들은 한 장단에 숨을 쉬는 것같다.6월30일 자정(子正) 중국이 실로 1백56년만에 민족의 자존심과 함께 잃었던 영토를 되찾는 그 순간 환희의 숨을 토해내기 위해 일제히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것같다.

홍콩 반환의 역사적인 의식이 밤 12시에 치러지는 것도 참으로 상징적이다.대영제국(大英帝國)에 해질 날이 없다던 그 해가 져도 어둠 대신 새벽이 온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홍콩의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거리마다 홍콩 반환을 환영하는 플래카드와 관광객의 물결로 넘친다.홍콩사람들은 우선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감추고'중국의 홍콩'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그런 낙관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홍콩 증권거래소가 영국치하에선 마지막으로 열린 6월27일 항셍지수는 1891년 개설 이래 최고인 15,196.79를 기록했다.중국계 기업들의 주식에 대한'사자'가 몰린 결과다.

영국의 홍콩지배가 사실상 끝난 것은 6월27일 오후5시30분이다.28일 시작되는 연휴가 끝나면 세상은 중국의 것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영제국의 국기 유니언 잭은 마지막으로 국기게양대를 내려왔다.영국치하 홍콩정청(政廳)에서 마지막 근무를 마친 공무원들과 입법의원들은 끼리끼리 최후의 만찬을 가졌다.영국이 홍콩을 품위있게 떠나고 싶은 것처럼 중국은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방법으로 홍콩에 입성하고 싶어한다.

거기서 영국과 중국 사이에 마지막 마찰이 생긴다.홍콩 반환 6시간뒤가 되는 7월1일 오전6시 4천명의 인민해방군이 선전(深수)에서 육해공 세갈래로 경계선을 넘어 홍콩에 들어와 전날 밤9시에 선발대로 들어온 5백9명의 인민해방군 군인들과 합류한다.1949년 광둥(廣東)까지 장악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군이 남겨둔 손바닥만한 홍콩을 48년만에 점령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크리스 패튼 총독은 이것을'놀라운 결정'이라고 항의하지만 홍콩사람들의 표면적인 반응은 무덤덤하다.그러나 중국계 언론인과 홍콩정청의 고위관리는 너무 가시적이고 성급한 인민해방군의 입성에 세가지 의미를 부여했다.인민해방군의 새벽진주는 미국 CNN의 저녁뉴스시간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군용차량의 행렬은 89년6월 천안문사건을 연상케 한다.장기적으로 그것은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이 악화되고 동북아시아 세력균형의 변화 여하에 따라선 홍콩을 해군기지로 사용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미국의 타임과 CNN이 6월 중순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홍콩사람들의 63%가 홍콩의 중국 복귀는 좋은 일이라고 환영한다.그러면서도 홍콩반환 후의 생활이 좋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은 29%,나빠질 것이라는 대답은 18%로 나타났다.중국인으로서는 홍콩의 회복을 환영하지만 '중국의 홍콩'의 미래에 대해선 반드시 희망적인 것은 아니라는 감추어진 불안과 걱정이 잘 나타난다고 하겠다.

'한나라 두체제'(一國兩制)를 처음 생각해 낸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에 반환된 뒤의 홍콩사람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하며“말은 계속 달릴 것이고 춤추는 사람들은 계속 춤을 출 것”이라고 말했다.

주룽(九龍)호텔에서 만난 어느 변호사가 덩샤오핑의 이 약속에 대해 보인 반응이 새 시대를 맞는 홍콩사람들의 감상(感想)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그 말을 믿고 싶어요.그러나 그건 鄧의 비전이었습니다.그는 이세상 사람이 아닙니다.그의 후계자들이 홍콩을 조금이라도 관리하려고 들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경제적으로 대성(大成)한 우리 홍콩사람들은 잃을 게 너무 많아요.더이상 인생의 연습은 싫습니다.” 홍콩 반환은 의회민주주의 모국이 가장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자유와 정치적인 다원주의를 외면하는 사회주의국가에 넘겨주는 지각변동(地殼變動)이다.그리고'한나라 두체제'는 장래가 불확실한 역사적인 큰 실험이다.

홍콩주민들에게 어찌 불안이 없겠는가.특히 홍콩사람들은 언론자유가 제한될 조짐에 불안을 느낀다.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홍콩의 번영을 가져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루머가 있을 경우 뉴욕이나 싱가포르 사람들이 먼저 알고 홍콩사람들은 한발 늦게 아는 사태가 몇번만 일어나면 홍콩의 지위는 흔들리고 만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있는 걱정이다.

김영희 국제문제大記者

<사진설명>

홍콩의 초저녁 풍경.영국지배 1백56년만에 6월30일 자정 홍콩주권 반환식이 거행될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한 홍콩 번화가에는 27일 오랜만에 낙조가 찾아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홍콩=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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