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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정치’회의부터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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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면1.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장관급)과 박영준 (사진左)국무차장을 비롯한 국토해양부·행정안전부·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4대 강 살리기 관련 관계차관 간담회였다.

참석자들은 4대 강 살리기에 관한 실질적 홍보 방안과 장·단기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대기업에 공사가 몰려 대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비판여론에 대한 대응책과 생태관광 및 자전거 도로와의 연계 방안 등도 논의됐다.

#장면2. 지난달 22일 국토부·환경부·행안부 차관이 모여 앉았다. 낙동강 다이옥산 문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전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라며 “과거 직급과 형식을 따지던 행태에서 벗어나 완전히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관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현안이 있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모인다. 주로 관계차관 간담회라는 형식이다. 국정 과제나 부처 간 이견 조율에도 차관들이 뛰어들고 있다.

매주 목요일 열리던 차관회의의 성격도 변했다. 이전에는 국무회의에 앞서 실·국장급에서 조정해 놓은 내용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최근엔 ‘메시지 전달’의 비중이 커졌다.

지난달 22·29일 열린 두 차례의 차관회의에선 ▶재정 조기 집행을 철저히 하고 ▶고(故) 안철식 지식경제부 2차관 과로사에 따른 공무원 동요를 방지하고 ▶독도 경찰관 실족사와 관련해 하급 공무원들의 복지에 각별히 신경 쓸 것 등의 국정 강조 방침이 전달됐다.

총리실 이병국 일반행정정책관은 “차관회의가 국정 운영에 관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받고 소통하는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1·19 개각 이후부터”라는 얘기가 세종로와 과천의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개각 때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보좌해온 ‘MB맨’인 박 국무차장과 한나라당 의원,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이주호(사진右)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등 핵심 측근 여럿을 차관으로 발탁했다.

차관들의 변화는 곧 공직사회의 분위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건설사 워크아웃과 관련해 국토해양부에서 박 국무차장에게 몇 장의 문건을 보고했다가 “건설공제조합 등에서 해당 건설사에 왜 보증을 서지 않는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박 국무차장은 또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총리실 관계자는 “박 국무차장은 생각보다 정책사안과 연관된 정보가 많아 실무진에서 뭘 어떻게 하는지 꿰뚫고 있다”며 “이런 점 등이 직급 구분 없이 자발적인 브레인 스토밍을 유도하는 등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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