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Q. 녹색 뉴딜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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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녹색이란 말이 들어가는 걸 보니 뭔가 환경과 관련 있는 것 같긴 한데 뉴딜은 또 뭐냐고요? 뉴딜(New Deal)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경제·사회 정책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새로운 사회협약’ 정도가 될 겁니다.


뉴딜은 사회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정부가 끼어들지 않고 뭐든지 시장에 맡겨두면 알아서 해결될 거라고 믿던 자유방임주의 사회였죠. 그러다 보니 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도 거의 없었습니다. 대공황이 터져 끼니조차 잇기 힘든 사람이 넘쳐나자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게 바로 뉴딜입니다. 일자리 늘리기가 뉴딜의 핵심 사업이 됐던 이유죠. 테네시강 유역을 개발해 대규모 다목적 댐을 세운 게 대표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큰 토목공사를 벌이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거든요.

여러분도 요즘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 들게 마련입니다. 직장을 잃거나 장사가 안 돼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전처럼 돈을 쓸 순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기업은 물건이 안 팔리니 생산을 줄이고, 사람도 안 뽑습니다. 사정이 더 나빠지면 현재 일하는 직원의 월급을 깎거나 최악의 경우 내보낼 수밖에 없죠. 그럼 소비는 더 줄게 되고 경제는 점점 더 나빠집니다.

정부로선 어떻게든 이런 일을 막아야겠죠. 한국·미국·일본 등 각국 정부가 일제히 ‘뉴딜’을 들고 나온 이유입니다. 정부가 돈을 써서라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거죠. 다행히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나랏빚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라 정부가 손을 쓸 여지가 있는 편입니다.


◆왜 녹색인가=아무리 국가라 해도 무한정 돈을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앞뒤 안 재고 쏟아부었다간 돈 값어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치솟아 낭패를 볼 수 있거든요. 결국 한정된 돈으로 최대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죠.

온 나라에 깔린 보도 블록을 몽땅 걷어내고 새것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공사할 사람을 구해야 하고, 보도 블록 만드는 회사도 생산을 늘려야 하니 직원을 더 채용하겠죠. 하지만 신기술이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사가 끝나면 그만입니다. 효과가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라는 뜻이죠. 그런 점에 비춰 관련된 산업이 많고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겁니다.

정부가 뉴딜 앞에 ‘녹색’을 붙였다는 건 앞으로 환경 관련 분야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거라고 봤다는 뜻입니다.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도 최근 녹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10년간 1500억 달러를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해 녹색 일자리 50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도 2015년까지 환경산업을 100조 엔 규모로 키우고 이 분야 고용 인력을 22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죠.

◆환경이 어떻게 돈이 되냐고요? =틴틴 여러분도 지난해 원유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세계 경제가 확 나빠지면서 수요가 줄어 값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경기가 풀리면 에너지 가격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석유·석탄 같은 연료는 캐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태양광·풍력 같은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자동차·난방·조명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환경오염도 줄이면서, 그 자체로 돈이 된다는 얘깁니다. 국제협약에 따라 온실가스인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나라에 팔 수도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이 내년에 15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앞으로 2년 뒤면 연간 8억t의 물이 부족해질 걸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태풍이 오는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고 다른 때는 가뭄이 자주 들어 여름 호우 때 물을 가둬놔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댐을 별로 못 지어 물 부족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죠.

자연환경에 녹색을 입히면 관광·레저산업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물이나 숲을 찾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숲과 하천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고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방향이 맞다고 해서 정부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허겁지겁 대책을 만들다 보니 예산 마련 방안이 확실하지 않고, 중복되는 사업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천에 제방을 쌓고 댐을 세우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요.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운 단순 건설·일용직만 너무 쏟아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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