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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의 VIP들 찬 삼계탕에 반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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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04면

2009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둘째)가 각국 주요인사들과 한식을 즐기며 환담하고 있다. 다보스=연합뉴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전통 한식을 살짝 비튼 퓨전 한식 메뉴. ‘7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두바이 버즈 알아랍의 수석 총괄조리장인 에드워드 권이 총괄 셰프가 되어 외국인 셰프 10명 등과 함께 19가지 퓨전 한식을 선보였다. 행사는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됐다. 서 있는 참석자들에게 웨이터들이 요리가 담긴 접시를 권하는 식이었다. 접시마다 요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적은 종이를 붙여 어떤 재료로 만든 요리인지 알고 먹을 수 있게 했다.

- 두바이 ‘7성급 호텔’ 수석 조리장 에드워드 권의 19가지 퓨전 한식

모든 요리의 바탕은 한식이었지만 한국인조차 이전에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요리가 대부분이었다. 권씨는 “한국적 요소를 7로 두고 나머지 3은 아시아와 서양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영덕 대게와 중국의 춘권을 더해 서양인에게 친숙한 콘요리를 만드는가 하면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와 김치, 한국산 배, 장어를 모아 하나의 요리로 탄생시켰다.

‘차가운 롤 삼계탕’은 ‘삼계탕은 뜨겁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서양인에게도 익숙한 롤 형태로 만들었다. 닭은 삶은 뒤 차갑게 식히고 룰라드 형식(빵가루ㆍ야채 등을 얇게 뜬 고기로 마는 방식)으로 시금치와 콩을 넣고 말았다. 인삼 거품과 얇게 썰어 튀긴 마늘을 올려 향을 살리고 대추도 씨를 발라 얇게 썰어 넣었다. 여기에 신의도 천일염을 오징어 먹물로 색깔을 들여 맛의 조화와 색감을 살려 냈다.

이날 특히 인기 있었던 것은 김치를 넣은 요리들. 권씨는 갖가지 요리에 김치를 접목시켰는데, 이 중엔 토마토케첩 대신 김치토마토잼을 넣은 미니 햄버거도 있었다. 요리와 함께 샴페인+복분자, 인삼주+토닉 워터 등 ‘코리안 칵테일’과 수국화차ㆍ국화차 등 전통차도 등장했다.

몇몇 참석자는 요리를 맛보며 “훌륭하다(Excellent)” “한국 요리 대단하다(Korean food is brilliant)”를 외치기도 했다. 오후 9시40분쯤 권씨가 “코리안 푸드를 맛있게 드셨느냐”고 물었다. 남아 있던 100여 명의 참석자는 박수를 치며, 함성으로 대답했다.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있었다.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참석자도 많았다. 조석래 회장은 “한국인에게도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요리를 선보였다”며 “굉장한 요리들이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그동안 중국ㆍ미국ㆍ두바이 등 세계 유명 호텔에서 근무하며 ‘한식 전도사’를 자청해 왔다. “우리 입맛을 서양인에게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행사 총괄 셰프로 확정된 지난해 연말부터 틈틈이 짬을 내 요리를 개발, 준비해 왔다. 신메뉴를 개발할 때면 외국인 동료들에게 미리 선보이고 반응을 살폈다.

이날 한국의 분위기를 전파한 것은 한식뿐만이 아니었다. 행사장 곳곳에 한국 전통 문화를 선보여 외국 정상과 CEO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벽에는 대형 화면을 설치, 꽃이 피고 새가 날아가는 장면 등을 전통 수묵화 기법으로 선보였다. 우리 문화와 기술을 동시에 선보이는 ‘디지털 갤러리’였다. 행사를 진행한 두 명의 매니저(한국인ㆍ현지인 각 1명)는 궁중한복을 차려입었고, 행사장 곳곳에 왕과 왕비가 앉는 의자를 놓아 참석자 누구나 앉아 쉴 수 있게 했다.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 대니정의 색소폰 연주, 이태원(뮤지컬 명성황후 주연)의 오페라 아리아 등 중간중간 선보인 공연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씨의 아리아에 맞춰 일부 참가자는 어깨춤을 췄고, 아리아가 끝난 후에는 앙코르를 연호하기도 했다.

그동안 다보스 포럼에선 매년 각국이 치열한 홍보전을 펼쳐 왔다. 일본은 ‘일본 초밥의 날(Japan Suishi Day)’을 만들어 다보스에 참가한 리더들과 자국 경제인들 간 교류의 장을 연 것은 물론 자국 대표 음식인 초밥을 홍보해 왔다. 이번 ‘한국의 날’은 이 같은 움직임을 지켜보던 전경련 회장단의 전격 합의로 탄생할 수 있었다. 전경련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전통 문화와 기술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고 평가, ‘한국의 밤’ 행사를 매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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