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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음식평론가들의 ‘내가 맛본 한식’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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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05면

미국 뉴욕 타임스(NYT) 음식전문기자 마크 비트먼(Mark Bittman)
매주 요리 칼럼 ‘미니멀리스트(The Minimalist)’ 연재 및 유명 요리 블로그 ‘비튼(Bitten, http://bitten.blogs.nytimes.com)’을 운영하고 있다. NBC방송 ‘투데이쇼(The Today Show)’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40년 가까이 한국 음식을 즐겼다는 그는 1996년 NYT에 ‘김치의 세계를 탐험하다-한국의 대표 식품’이라는 제목으로 김치를 자세히 소개했으며, 이후에도 한국 음식 관련 기사를 여럿 썼다.

-1996년에 김치 팬을 자처했다. 지금도 그런가?
“물론이다. 정말이지 훌륭한 음식이다. 맛이 초강력(super high)하다. 게다가 지방도 없고, 종류는 다양하고, 거의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한국인들이 왜 이걸 매일매일 먹는지 알겠다.”

-한식 하면 뭐가 떠오르나?
“바비큐, 샤부샤부(hot pot), 그리고 반찬(panchan). 미국의 한식당에서들 많이 내는 거니까 그렇다. 집에서 요리하기보다 식당에서 시켜 먹는 게 훨씬 편하다. 아직 한식을 요리해 먹는 데 익숙하지 않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매력 있는 요리가 되려면?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음식을 내는 방식(presentation)과 서비스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식당이 많으면 훨씬 더 나은 평판을 얻을 거다. 미안한 얘기지만 대다수의 미국인은 한국 식당이 너절하고 무례하다(sloppy and rude)고 생각한다.”

-한식의 장단점을 꼽아 보라.
“장점은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재료들, 많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 마늘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단점도 된다. 예를 들어 멸치나 미역 먹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일본 음식이 세계화에 성공했으면 한식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당신 생각은?
“일식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인기가 있는 듯하다. 국수 종류도 있고. 설탕을 쓰는 것도 사람들 입맛을 당기는 거 같다. 하지만 난 항상 얘기하곤 한다. ‘한식은 일식의 매력을 다 갖고 있으면서 배짱까지 두둑한 음식(Japanese food with guts)’이라고!”

『한국의 맛』 쓴 마크 밀런(Marc Millon)
마크 밀런은 영국에 거주하는 프랑스계 미국인 음식평론가다. 한국인이면서 하와이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한식을 접했다. 수많은 저서 중엔 『한국의 맛(Flavour of Korea)』도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핫도그와 피자를 먹을 때 본인은 불고기와 파전을 먹었다고 한식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여전히 브로콜리를 데쳐 초장 소스에 찍어 먹고 삼겹살 파티도 자주 한다.

-『한국의 맛』 출판 계기는? 할머니 영향이 컸겠다.
“맞다. 식사 때마다 김치가 나왔다. 할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호놀룰루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모든 음식에 한국적 색채가 배어 있는 요리를 내놓았다. 한국 음식을 곁들이면 서양요리의 풍미가 더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식은 왜 세계화가 안 됐을까?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미스터리다. 런던에 있는 한국 식당 손님은 대부분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다. 한국 요리 자체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왜 그럴까? 바비큐·국수 요리 같은 한국 음식은 서양인 입맛에도 잘 맞는데.”

-문제가 뭘까?
“서양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접근을 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천성이 따뜻하고 사교적인데 한국 식당은 그렇지 않다. 음식도 낯선데 무뚝뚝하니 더더욱 사람들이 안 간다. 한식을 외국인들에게 노출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 음식의 장단점은?
“매력은 숯불구이 음식, 비빔밥, 국수, 김치(나에겐), 다양한 길거리 음식. 안 좋은 건 냄새 나는 젓갈, 김치(대부분의 사람에게), 너무 강한 마늘(먹고 나면 사교에 치명타!), 개고기 먹는 나라라는 이미지.”

-한국 식당에서 악몽 같은 경험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냉면 식당에 여동생 미셸을 데려갔는데 국수가 질겨 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이 가위를 들고 오더니 냉면을 사납게 잘라댔다. 미셸은 ‘오빠, 내가 뭐 잘못했어? 주인이 화났나 봐’라고 하더라. 서울에 갔더니 냉면을 다 가위로 자르는 걸 보고서야 이해했다. 하지만 서양에서 가위로 뭔가 음식을 자르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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