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선 때만 해도 청와대 측의 기류는 정치인 배제론이 우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희태 대표와의 청와대 정례 회동에서도 “이번에 정치인 입각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류화선 파주시장 카드였다. 하지만 검증 과정 등에서 여의치 않은 흐름이 생겼다. 청와대의 적임자 찾기가 진통을 거듭하자 당 측에서 집요하게 요구해온 당 출신 인사 입각론이 다시 저울 위에 올랐다. 1·19 개각에서 소외된 당의 정서가 청와대에 고스란히 전달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안상수·허태열·김무성 의원 등이 거론된 이유다. 특히 2월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친박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은 물론이고 청와대 정무라인 등에서도 고개를 들었다. 그 때문에 김 의원 등의 이름은 끝까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0일 “친박 인사 입각의 경우 박 전 대표 측과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끝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친이 또는 친박 인사 기용이 물 건너가면서 계파 색이 엷은 이 의원이 부상했다. 이 의원은 정정길 비서실장과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같은 하버드대 정책대학원 박사 출신이다. 인수위 때부터 이 의원과 함께 일한 당 인사는 “보름 전부터 청와대 일각에서 이달곤 의원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안다”며 “다른 후보들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의원으로 흐름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카드로 내정된 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모양새 갖추기에 신경 썼다.
한나라당의 추천을 청와대가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내정 발표도 박 대표가 30일 오후 1시30분에 이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했다. 그런 뒤 청와대가 공식 수용 의사를 밝히는 수순을 밟았다. 청와대가 여당에 장관 추천권을 주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후보자 내정 사실을 먼저 발표한 뒤 사후에 당에 통보해 당의 불만을 샀던 지난 18일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 대신 한나라당에선 최고위원회의 결정으로 비례대표인 이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좋다는 결정을 했다. 이 의원도 이를 수용했다.
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