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실전심리와 욕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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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왕시 9단 ●·황이중 7단

 제2보(25∼40)=흑이 27로 뛰어나올 때 왕시 9단은 정석대로 받지 못하고 28 쪽에서 응수했다. 29를 당하는 게 아프지만 그렇다고 ‘참고도1’처럼 백1로 받았다가는 흑2라는 기막힌 한 수를 허용하게 된다. 꽤 투자를 한 하변이 쑥대밭이 되는 건 기본이고 자칫 곤마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발생한다. 하지만 28과 같이 분수를 지키며 균형 감각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존심과 욕심이 항시 골칫거리다.

30, 32는 너무 급했을까. 34까지 꽤 얻어낸 건 사실이지만 35가 너무 크지 않을까. 왕시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참고도2’처럼 귀를 차지하는 그림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흑이 먼저 6으로 젖혀 이으면 지금 당장은 9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괴롭다. 8로 인해 A가 생기고 A가 있는 한 하변은 공배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사라면 누구나 30, 32로 급습하고 싶어진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간발의 틈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게 실전 심리다.

그러나 곧바로 등장한 36은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한 수가 되고 만다. 35의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하변 집을 한 줄이라도 더 넓히고 싶었다. 그러나 36은 욕심이었고 엷었다. B의 한 칸으로 두텁게 두어야 힘을 쓸 수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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