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정 無病長壽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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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본사와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대한신심스트레스학회가 공동주최한'가족스트레스와 질병과의 관계'포럼에서 건강을 지키는 최대단일변수는 다름아닌'따뜻한 가족애'로 입증됐다. 편집자

'하바드대 졸업생들을 50대가 될 때까지 30여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가정적으로 불행했던 10명중 7명은 이미 사망했거나 중병에 걸려 있었던 반면 좋은 가정환경을 지녔던 13명 가운데는 단지 1명만이 사망했다''1천여명의 유치원생들을 살펴봤더니 부모들의 이혼 등 4년간 12건 이상의 가족 스트레스를 경험한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6배나 높은 병원입원률을 나타냈다' 이상은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면 병에 잘 걸리고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통계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서홍관교수는“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를 순위별로 15개를 선정할 때 배우자 사별,이혼 등 가족문제와 관련된 것이 10개나 된다”고 설명했다(표참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자율신경계의 혼란으로 설사,변비가 교대로 나타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속이 더부룩한 기능성 위장장애는 물론 두통과 요통,불면증,목에 무엇인가 걸린 것 같은 불쾌한 느낌으로 고생하게 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간접적인 암의 원인도 된다.경희대의대 생리학과 민병일교수는 그 이유를“스트레스가 암세포를 감시하는 등 인체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킬러세포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가족의 사랑에 굶주린 나머지 일부러 병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 홍강의교수는“어린이들의 경우 병을 앓게 됨으로써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선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고부갈등 끝에 남편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발작적으로 정말 몸이 아픈 여성도 많다는 것. 이처럼 가족갈등에서 비롯된 질병은 대부분 자신이 건강해야 할 이유를 가족에서 찾지 못하는 현대인의 비극에서 비롯되고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나날이 각박해지기만하는 현실도 따지고 보면 믿고 기댈만한 가족이 없다는 고민과 일맥상통합니다.”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따라서 가족갈등을 해소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퇴색해버린 가족 본연의 모습을 하루 빨리 되찾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오늘날 가족의 기능은'무자식이 상팔자'란 인식과 딩크족의 확산 등 지나치게 구성원 각자의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그러나 이해를 초월해 헌신할 수 있는 전통적 가족관의 확립이야말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비결이란 것이 이날 포럼이 내린 결론이었다. 홍혜걸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화목한 가정을 위해선 이기심을 버리고 먼저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전통적 가족관의 확립이 강조되고 있다.사진은 만화가 최정현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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