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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배운 아이 IQ 더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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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바둑을 배우면 지능이 높아지고 집중력과 문제 해결력도 증진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희대 아동학과 김바로미씨는 자신의 박사 논문에서 바둑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가 참여하지 않은 어린이보다 지능(IQ), 집중력(과제집중지속능력), 문제 해결력, 만족지연능력(충동을 억제하고 참는 능력) 등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지고 인내력이 증진된다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김바로미씨의 실험은 2곳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만 5세 아동 68명을 대상으로 7개월에 걸쳐 시행되었다. 1단계로 이들 68명에게 가장 신뢰도가 높고 널리 쓰이는 검사 도구를 가지고 유아용 지능검사(K-WPPSI), 과제 집중 지속능력 검사, 문제 해결력 검사(CPS), 만족 지연능력 검사 등 4개 부문의 검사를 했다. 그 다음 68명을 무작위로 두 팀으로 나누어 36명을 바둑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이들 36명을 실험 집단, 나머지 32명은 통제집단으로 분류한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68명의 어린이에게 다시 위의 네 가지 검사를 실시한 결과 바둑 프로그램에 참여한 실험집단이 모든 부문에서 통제집단보다 우월한 결과를 나타냈다.

IQ(동작성 IQ)는 통제집단이 99.8에서 109.4로 9.8 정도 상승한 반면 실험집단은 103.1에서 118.8로 15.7이나 높아져 바둑을 배운 쪽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IQ에는 유동적 지능인 동작성 IQ와 결정적 지능인 언어성 IQ가 있다).

집중력, 즉 과제집중지속능력에서도 그래프에서 보듯 큰 차이가 나타났다. 통제집단이 96.9에서 186.9로 상승한 데 비해 실험집단은 92.2에서 249.3으로 훨씬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문제 해결능력도 바둑프로그램에 참여한 실험집단이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바둑이라는 놀이가 주는 지적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주의력을 높여주고 또 바둑판 위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아동의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만족지연능력, 즉 충동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능력에서는 특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동들은 커가면서 모든 능력이 증진되기 마련인데 참을성만은 꼭 그렇지 않았다. 바둑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아동들은 이 능력이 566에서 487로 오히려 퇴행한 것이다. 바둑을 배운 실험집단은 555에서 664로 상승했다. 충동성이 높고 기다리는 데 익숙하지 않은 현대의 어린이들과 반복적으로 규칙을 지켜야 하는 바둑이라는 게임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실험 결과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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