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미인들의 멋진 CF 한 컷 뒤엔 남모르는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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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광고의 단골손님 3B(beast.beauty.baby)중 말귀를 제일 잘 알아듣는 건 물론'뷰티'(미인)다.연기력이 제일 낫다는 것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그렇다고 해서 CF촬영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호주의 푸른 앞바다를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수상비행기.그 날개 위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미모의 여인이 서있다.그녀의 손에 들린 트럼펫에선 케니 지의'고잉 홈'선율이 흐른다.

원래 이 장면은 모델의 허리에 밧줄을 묶고 찍기로 돼있었다.헬기에서 촬영하던 제작진들은 모델의 자태와 하얀 비행기가 빚어낸 그림에 흠뻑 빠져들었다.욕심이 커졌다.

“그냥 끈 풀고 하자.만약 빠지면 금방 꺼내줄게.”스태프들의 설득에 용기를 낸 여인은 멋지게 임무를 완수했다.그런데 OK 사인이 난 직후,갑자기 바람이 불어닥쳐 그녀를 망망대해로 떨어뜨리고 말았다.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하늘에 있었으니 실로 엄청난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자리를 박차고 뛰어내린 수상비행기 조종사 덕택에 목숨은 건졌으나 며칠간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화장품 CF에서 특유의 섹시함을 마음껏 발산하는 고소영.현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을 따라 도발적인 몸짓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자태가 화사하기만 하다.그런데 이 화면이 만들어지기 세시간 전쯤,갑자기 무너져내린 세트에 고소영의 머리가 찢어져 응급처치를 받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인들의 수난이 늘 사고 때문만은 아니다.많은 사람들은 외줄그네에 몸을 싣고 창공을 둥둥 떠다니면서 음료를 광고했던 고현정의 맑은 웃음을 아직도 기억한다.그녀는 이 CF를 위해 무려 세시간이 넘도록 외줄에 매달려 웃어야 했다.이 외줄그네는 대형 기중기에 묶은 것으로 성능테스트를 위해 타본 기중기 기사가 10분만에 기진맥진했을 정도였다.그러니 촬영을 끝낸 그녀가 당했던 후유증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지난 여름 모피광고에 출연한 모델.저녁을 먹은 직후,몸에 얇은 스타킹 한장만 걸치고 보디페인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미소를 보였다.칠이 지워지면 안되기 때문에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화장실을 가면 그림이 엉망이 된다는 경고에 진땀이 보이기 시작했다.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잠깐 눈을 붙일 동안에도 꾸부정하게 누워야 했다.더운 여름날 뜨거운 조명등 아래의 악몽이 24시간을 넘어서자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화장이 지워지면 그동안의 고생이 물거품 된다는 엄포에 마음껏 울지도 못했다.다음날 자정을 넘기고서야 촬영이 끝났다.이후 며칠간 그녀는 집에 누워 꼼짝도 못했다.몸 곳곳에 멍이든 것은 물론이었다.박미라 PD는“꾸부정한 자세로 하루 넘게 버텨내는 그녀의 생고생을 보면서 스태프가 얼마나 애처로워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물론 모든 미인들이 CF 한편에 혼신의 힘을 쏟는 건 아니다.

유명 연예인중엔 촬영장에서 대본도 제대로 보지 않고 농담이나 하다 후다닥 찍고 사라지는 사람이 더 많다.그래서 채시라처럼 15시간이 넘도록 물벼락을 맞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정열적으로 몸을 흔드는 미인들의 얘기가 더욱 빛난다.

강주안 기자

<사진설명>

탤런트 고소영.이 장면을 위해 머리가 찢기는 고통을 감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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