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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지방공단에선>3. 수도권 최대규모 시화.반월공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안산시성곡동 시화공단 5블록. 콘크리트 블록등 건자재를 생산하던 우주산업㈜ 공장은 육중한 철문이 닫힌 채 폐허로 변하고 있었다.이 회사는 건설경기 불황의 여파를 못이기고 지난 4월말 부도처리됐던 것.이 회사 건너편의 S공예사도 문을 닫은채 빈 건물만 덩그렇게 남아 있다.

다른 블록 역시 일부 업체가 문을 닫거나 가동을 줄이는등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안산.시흥시에 걸쳐 있는 수도권 최대규모의 반월.시화공단이 불경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수원지점에 따르면 안산.시흥지역의 5월 어음부도율은 0.88%.82년 이래 최고였던 지난 4월의 전국 어음부도율(0.25%)은 물론 지방 평균(0.55%)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올들어 4월까지의 부도업체수는 55개로 이미 지난해 연간 부도업체(1백1개)의 절반을 넘었다.공단 내의 중소 제조업체도 30여곳이나 문을 닫았다.

반월공단의 경우 올 3월기준 생산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13.4%가 감소하고 수출도 4.0%나 줄었다.고용인원도 1%(9백명) 감소하는등 각종 지표가 내리막 일색이다.시화공단의 경우 아직 신규 입주가 진행중이어서 지표상으로는 소폭의 증가세지만 기대에 못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체감 경기는 더욱 나쁘다.특히 중견.중소기업들로부터 하청.재하청을 받는 영세업체들의 사정은 말이 아니다.

부도처리된 우주산업 한켠을 임대해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은진정밀의 임황철(林黃哲)사장은“당장 우주산업에 냈던 공장임대보증금 3천만원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이 지역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동차산업.전체 2천9백67개 업체중 절반이 기계.금속 업종이고 특히 자동차부품업이 25%나 된다.자동차업계의 불황이 공단 전체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염색.섬유.도금업종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5개 업체가 입주한 반월공단 H실크단지의 경우 최근 2개 업체가 부도나고 다른 업체들도 일감이 없어 일손을 거의 놓고 있다.자금.인력난도 문제지만 영세한 규모에 비해 폐수처리등 환경관련 비용이 많이 들어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안산시성곡동의 도금업체인 N기업 대표 梁모씨는“월매출액이 올해들어 지난해의 절반인 1억원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환경관련 분담금과 벌과금 부담은 갈수록 많아져 전업이나 휴업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경영난을 못이겨 공단을 떠나는 업체도 늘고 있다.올해 4월까지 두 공단에서 공장을 매각하거나 다른 기업에 임대해준 업체는 6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정도 늘었다.

시화공단의 경우 물류.교통난과 이에따른 인력난도 고질적인 문제다.최근에는 물류비 부담이 큰 업체들을 중심으로 지방분공장을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골판지 제조업체인 시화공단 태림포장㈜의 경우 최근 광주에 분공장을 설립해 가동중이며 청주에도 분공장을 건설중이다.

반월.시화공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방인혁(房寅赫)과장은“현재 전반적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는 전자.통신산업이 그나마 공단 경기를 이끌고 있다”며“시화공단의 입주가 마무리되고 자동차.기계업종의 경기가 나아지기만 바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산=이승녕.정용환 기자

<사진설명>

중소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반월공단 전경과 자동차.기계등 전 산업의 불황여파로 경영이 악화돼 최근 부도가 나 문을 닫은 건자재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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