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 입시안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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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와 고려대가 자존심을 건 ‘입시 대전’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 이기수 총장과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 처음으로 2012학년도 대입 틀을 공개했다. 2012학년도는 올해 고1이 대학에 가는 시점으로 대입은 완전 자율화된다. ‘영원한 맞수’인 두 대학 총장은 인터뷰에서 “경쟁보다는 함께 세계 대학으로 발돋움하자”며 상대방을 격려했지만 입시안을 놓고는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하는 것이다. 두 대학이 ‘기 싸움’을 벌이자 다른 대학들도 긴장하며 서둘러 입시안 마련에 나섰다.

◆연대 선수 치고 고대 맞불 놓고=선공은 연세대 김 총장이 했다. 그는 “수시모집에서 대학별 고사(본고사)로 선발하겠다”며 사실상 본고사 부활을 선언했다(본지 1월 23일자 1, 8면). 본고사라는 용어는 김대중·노무현 전 정부 10년간 금기시됐었다. 김 총장은 이를 깨겠다는 것이다. 그는 “수능·내신 성적이 안 좋아도 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겠다”며 “연세대가 좋아 입학하는 학생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복안은 ‘입시 단순화(반영 과목 축소, 본고사 실시)→학생들 부담·사교육비 감소→공교육 정상화’가 핵심이다.


고려대 이 총장은 정반대 입장으로 맞불을 놨다(본지 1월 28일자 1, 8면). 이 총장은 “본고사는 공부 좀 잘하는 학생을 뽑겠다는 대학의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 1, 2점 차이를 보고 뽑지 않겠다”며 “수능 성적으로 모집인원의 5배수를 뽑은 뒤 교장 추천, 사회봉사, 교내외 활동 경력 등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본고사를 치르면 고교 교육이 파행될 것이라는 논지였다.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대입이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며 “공교육 정상화를 최우선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대학의 입시 싸움은 처음은 아니다. 고려대는 2005학년도 대입 이후 수능 반영 비율을 높여 특목고 출신 학생을 대거 유치했다. 옛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부 성적을 50% 이상 반영하도록 대학에 압력을 넣을 때도 수능 100% 우선 전형을 도입했다. 그러자 연세대도 2007학년도부터 고려대와 같은 전형을 도입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2008학년도 수시모집 때는 두 대학이 우수 학생을 놓치지 않으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논술고사를 치르는 신경전을 벌였다.

◆다른 대학들도 주시=문흥안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건국대 입학처장)은 “두 대학이 대입 자율화의 큰 방향을 잡았다”며 “대학들이 벌써부터 2012학년도 대입 고민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대학별 고사로 입시를 단순화하는 연세대 방식으로 갈지 아니면 수능 성적으로 거른 뒤 다양한 전형을 도입하는 고려대 방식으로 갈지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연세대처럼 본고사를 치르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골격을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서강대는 모집단위별 전형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성균관대는 수시모집 때 논술 변별력을 높이는 대학별 고사를 검토하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두 대학의 입시안이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 특성에 맞게 대입을 자율화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며 “2012학년도 대입부터 다양한 전형이 시행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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