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입주 마케팅’의 힘 … 불꺼진 창 밝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새 아파트의 입주가 잘 되지 않자 주택 업체들이 입주 마케팅에 눈뜨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했으나 아직 불 꺼진 창이 많은 서울 반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조진영 인턴기자]

 한라건설은 지난해 8월 전남 목포에 입주하는 한라비발디아파트 600여 가구의 입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계약자에게 입주 안내문 정도만 보내면 우편비 등으로 50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사정이 급박했다. 경기가 가라앉은 시점이어서 입주가 크게 저조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고민하다 입주 전문 마케팅업체를 뽑았다. 약 4개월에 걸쳐 입주 마케팅을 벌여 입주 지정기간(1개월)에 전체 가구의 85%를 입주시켰다. 들인 비용은 약 7억원. 회사 경영진은 크게 만족했다. 성기대 상무는 “비록 돈은 들었지만 입주가 되지 않았을 때의 손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비슷한 때 완공한 O아파트는 입주율이 30%를 밑돈다. 입주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은 단지다.

요즘 건설업계의 화두는 입주 마케팅이다. ‘불 꺼진 창’을 줄이기 위해 전문업체를 쓰는가 하면 특별팀도 운영한다. 부동산시장의 경기 침체가 입주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경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건설은 입주 저조로 입금되지 않은 돈만 8개 현장에 1900억원이나 된다. 건설회사는 자금 운용에 애를 먹지만 잔금을 못 낸 계약자도 연체료를 물 수밖에 없다.

◆초기 입주율에 목숨 건다=요즘 같은 침체기에 수도권도 초기 입주율 50%는 하늘의 별 따기다. 지방은 10%를 밑도는 게 예사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전국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53만여 가구. 지방 입주물량만도 24만여 가구에 이른다. 안 그래도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데 이들 물량까지 덮치면 입주 부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주택업체들이 분양 때 못지않게 입주 마케팅에 관심을 쏟게 만든다.

마케팅을 할수록 효과는 확실히 본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우림건설이 짓고 피데스개발이 시행한 경기도 광주시 오포 우림필유아파트. 두 회사는 입주 6개월 전(지난해 4월) 마케팅 사무소를 열어 계약자 사전 설문과 접촉을 통해 고객 분류에 나섰다. 실수요자(입주 가능 가구)와 투자자(전매 희망 가구), 전세 임대 희망자 등을 분류한 뒤 맞춤서비스를 시작했다. 살고 있는 집의 매매거래를 알선하고 분양권 전매도 추진했다. 입주자에게 금융 지원과 세무·법률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당연하다. 지난해 10월 초기 입주 한 달 동안 전체의 70%(잔금 납부 기준)가 입주했다. 돈은 5억여원이 들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초기 입주율이 높아야 단지의 가치가 올라가고 관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세무·금융·부동산 전문가와 상담원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입주 토털서비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동문건설 김시환 전무는 “사업비의 0.5~1% 정도를 입주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한다”고 말했다.

◆입주 혜택도 듬뿍=입주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던 2년 전부터다. 기존 주택 거래가 안 돼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형편이 되고 투자용으로 분양받은 새 아파트도 팔리지 않자 입주율이 확 떨어졌다. 현대건설 이진규 분양팀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특히 지방 아파트의 입주 마케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입주 마케팅은 이제까지 업체들이 했던 입주 지원·관리와는 딴판이다. 종전에는 입주자 사전 점검 과정을 거쳐 입주 안내문 발송, 입주 청소 등이 전부였다. 지금은 소비자의 성향 파악에서부터 중개·법률·세무·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입주 후 예상되는 생활서비스까지 동원된다. <그래픽 참조>

자녀의 통학을 위한 셔틀버스 제공, 시내버스 연장을 위한 관공서 마케팅도 포함된다. 입주 촉진을 위해 파격적인 혜택도 아낌없이 내놓는다. 예컨대 월드건설은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울산 굴화 월드메르디앙 입주자에게 취득·등록세 300만원을 지원했다. 현진과 신동아건설은 부산정관지구 중도금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기도 한다.

입주 마케팅 전문회사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이넥스화이네스, 한아름기획 등 서울에만 10여 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함종선 기자 , 조진영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