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영어는 필수 해외연수는 선택 - 대학생 과외비 만만치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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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학졸업반 딸 과외비가 한달에 80만원은 족히 듭니다.취직 준비한다고 컴퓨터 배우는데 20만원,토익(TOEIC)학원비 30만원,방학때 영어연수 간다길래 월 30만원씩 적금을 붓고 있으니 고3 때보다 더 많이 들어요.” 취업난 속에 대학생 사교육비가 고3 수험생을 능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기업들이 입사시험등에서 컴퓨터자격증.토익점수 6백점 이상.해외연수 경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선 학교측이 연수비를 부담키로 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대.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의 경우 올해 해외연수를 가기 위해 휴학한 4학년 학생이 정원의 30%를 넘어섰다.방학기간 단기연수를 합치면 절반이상 해외연수를 떠난 셈이다.

대학가에서는 최근'5년제 대학'이란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취직.고시준비등을 위해 1년간 휴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여름방학을 이용해 이달 하순부터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이 10만명선에 이를 것이란게 여행업계의 추산이다.

해외연수 전문업체인 H여행사측은“미국.호주등에 보내는 2개월 과정 6천여명을 모집,이달초 마감했다.불경기 가운데 어학연수는 지난해보다 증가,미국 항공권이 바닥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생활연구원이 최근 서울 남녀 대학생 4백34명을 대상으로 학원수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51%)이 취업 때문에 영어.컴퓨터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원비도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는 9%에 불과하고 74%는 부모가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학연수비는 두달 과정이 2백50만~4백만원이며 6개월과정은 1천만원에 이른다.지난해 해외유학.연수비는 10억달러가 넘어 여행수지 적자의 70%이상을 차지했다.

학부모 朴모(49.여.서울강남구압구정동)씨는“영어.컴퓨터학원비로 매달 5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어학연수비 4백만원을 이달말까지 마련해야 하는데 남편 월급으론 턱없이 부족해 부업이라도 해야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해외연수가 급증하자 경기대는 내년부터 1천여명을 선발,학교 등록금만으로 미국.호주등 자매대학에 보낼 계획이다.

연세대도 등록금만으로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교환학생수를 연간 3백명에서 50%이상 늘리기로 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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