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내전화 99년 등장 100년만에 경쟁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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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99년 6월 어느날.신도시 일산 아파트단지에서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金막동씨는 시내전화회사를 바꿔 가입키로 결심한다.

金씨는 전화회사를 바꾸면 식당 전화번호가 바뀔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선뜻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전화회사를 바꿔도 계속 같은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마음을 굳혔다.

정보화사회에서 전화번호는 신분증이나 다름없다.이사를 간다해서 주민등록번호가 바뀌지 않는 것처럼 전화회사를 바꿨다고 번호가 바뀌면 안된다.정보통신부는'번호휴대성(Number Portability)'이란 개념을 도입,'한번 받은 번호는 영원히 사용토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객이 음식주문을 위해 기존번호로 전화를 걸면 한국통신의 교환기에서 제2 시내전화업체인 하나로통신의 교환기로 자동 연결해준다.하나로통신에서 한국통신으로 옮기는 경우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金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였다.여러개의 전화를 놓고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화기 하나에 세개의 번호를 붙여 사용할 수 있는 멀티벨서비스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음식주문은 보통의'따르릉'이지만 주인을 찾는 전화는'딩동',종업원을 찾는 전화는'땡땡땡'소리가 울린다.이제까지 일일이 전화건 사람을 확인해 바꿔줘야 했지만 이제는 벨소리로 각자 자기전화를 알아서 받을 수 있다.

'통화중 문자서비스'는 그에게 정보화사회가 무엇인지 확인시켜 주었다.하나로통신의 전화회선은 고속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어 음성통신의 틈새로 간단한 정보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다.전화기 옆에 설치된 조그만 화면을 통해 자신이 거래하는 청과물상회의 채소값 정보가 쉴새없이 들어오는 것이다.이 서비스를 통해 전화로 채소를 공급해주는 가게와 가격을 쉽게 절충할 수 있다.

金씨는 효자다.아침마다 전남고흥에 계시는 어머니께 문안전화를 올린다.그러나 일일이 전화단추를 누를 필요가 없다.수화기를 들고 5초만 지나면'즉시 직통전화서비스'를 통해 전화가 연결된다.

생활패턴이 일정한 金씨는 오전5~7시는 시장에 나가고 오후2시까지는 식당 일을 본다.그후 아내와 교대,오후7시까지는 집에서 쉬고 그후 10시까지 아내와 같이 가게를 본다.그는 자신의'개인번호'를 신청해두고'선택적 착신지 전환서비스'에 들었다.누구든 자신의 개인번호로 전화를 걸면 장볼 때는 자신의 휴대폰으로,가게에 있으면 음식점 전화로,귀가하면 집으로 전화가 자동적으로 걸려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지금까지 시내전화서비스를 독점해왔던 한국통신이 경쟁사가 도입한 부가서비스를 모두 갖추고 더 좋은 조건으로 다시 가입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다.국내에서 전화사업이 생긴지 1백여년만에 고객이 왕노릇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서비스 개시 오는 99년 1월 서울과 전국 광역시및 제주도부터 제2 시내전화서비스가 시작된다.제2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2002년말이면 전국 어디서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2003년 기준으로 매출은 2조2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전화번호도 4자리 국번을 받게 된다.

◇가입절차 전화가입은 꼭 전화국에 가야만 가능한가. 이같은 고정관념도'폐기처분'대상이다.하나로통신은 가까운 전화대리점은 물론 은행.우체국,심지어 편의점에서도 신청만 하면 즉시 서비스해주는 체제로 들어간다. ◇요금 경쟁=경쟁은 요금파괴 현상을 유도한다.하나로통신은 가입비부터 싸다.지금은 한국통신에 가입하려면 21만원의 설비비를 내야 하지만 경쟁시대에는 6만원의 보증금에 3만원의 가입설치비만 내면 즉시 가입할 수 있다.3분 요금도 한국통신 41원50전보다 2원 싸다.물론 그때가면 한국통신도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를 다양화할 것이 예상된다.

고객들은 얼마든지 자신에 맞는 서비스를 양복맞추듯 할 수 있다.내년부터 음성재판매가 등장하면 金막동씨는 서울에서 고흥으로 전화를 걸 때 자신에게 유리한 서비스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서울~광주,광주~고흥만 전담하는 음성재판매업자가 따로 있어 이를 통해 광주로 걸고,다시 고흥으로 걸도록 지정해주는'이용자지정 통화경로서비스'를 통해 요금을 15% 정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경쟁=시내전화 경쟁으로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은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이제 집안의 전화는 주인의'비서'노릇을 톡톡히 하게 된다.평소 여러 가입자의 전화번호를 입력해두고 한번의 다이얼링으로 메모를 전달해주는'집단호출서비스'는 동창회 총무에게 없어서는 안될 서비스다.

여러 신용카드와 제휴해 방금 사용한 통화요금을 원하는 통장계좌에서 결제되도록 할 수도 있고 착신정보보관.전화회의.보안검색.전화투표등 다양한 지능서비스가 선보일 전망이다.

이밖에 받기 거북한 상대로부터 오는 전화를 피할 수 있는'특정번호 착신거부서비스'와 아무나 함부로 국제전화나 700음성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착신호선택서비스'도 써볼 만하다.부재중 안내등 한국통신이 현재 하고 있는 서비스외에 통화중인 전화를 잠시 보류하고 새로 전화를 거는 호보류서비스도 나온다.AS를 받고 싶을 때 해당기업의 대표번호만 알면 가장 가까운 대리점과 연결되는'전국대표번호'도 관심대상.이민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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