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일본의 규제개혁 성과와 교훈 - 가네코 다카후미.좌승희.장현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중앙일보는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주관으로 17일 서울여의도 한경연 회의실에서'일본의 규제개혁-성과와 교훈'이라는 주제로 한.일좌담회를 가졌다.

일본 경제기획청 산하 일본경제연구소의 가네코 다카후미(金子孝文.53)소장을 초청해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좌승희(左承喜)한경연 원장과 장현준(張鉉俊)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참석했다.가네코소장은 좌담회에서“규제완화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며“일본은 경제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금융개혁이 성공하려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좌담회 요지. ▶左원장=한국은 일본처럼 정부주도형 경제발전을 선택했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에 간섭하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많은 규제가 생기게 됐다.그러나 급변하는 세계경제환경에 대처하려면 규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네코=전통적인 일본경제체제를 선단식(船團式)체제라고 한다.이 체제는 규제에 의해 유지돼 왔다.그러나 선진 각국은 영국의 빅뱅처럼 규제개혁을 추진해 왔고 이 개혁으로 국제경쟁력이 높아졌다.상대적으로 일본의 기업,특히 금융기관들은 열위에 놓이게 됐다.동남아도 80년대 후반 이후 무역.투자의 규제완화에 적극 나섰다.이로 인해 동남아는 생산거점으로서의 이점을 갖게 됐다.외국의 규제완화가 일본에 영향을 준 것이다.

▶張위원=일본관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정부규제를 잘 운용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잘해온 것을 바꾸기란 매우 힘든 것 아닌가. ▶가네코=일본의 규제완화는 83년 10차경제계획에서 처음 시도됐다.당시는 재정충당을 위한 공기업 민영화가 주요목표였다.그러나 지금의 개혁은 차원이 다르다.심각해진 일본경제의 회생을 위해 규제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지난 2년 동안 일본은 급격히 변해 왔다.

▶張위원=국회.정부관료.이익집단의 저항이 있을 텐데 일본개혁의 추진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가네코=93년 당시 호소카와(細川護熙)수상은 규제완화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았다.94년에는 행정개혁자문위원회가 설립됐다.위원회를 통한 공개적 토론이 규제완화가 중요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하시모토(橋本龍太郎)내각에서는 자문위원회가 관련 정부부처와의 상의 없이 독자적 개혁안을 내놓고 각 부처는 공개적 견해만 피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규제완화는 선거에서 주된 이슈가 됐으며 하시모토는 96년10월 선거에서 승리했다.

▶張위원=일본의 개혁 도중 발생한 금융사고를 보면 금융부문은 아직 옛 제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부분야도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左원장=민간부문의 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가격.진입규제의 완화뿐 아니라 금융부문의 규제완화도 필요하다.민간부문의 변화는 시장경쟁압력으로 이뤄지지만 공공부문의 경우 공개적으로 공공의 압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가네코=내가 경제기획청 심의관으로 있을 때 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미국등의 압력으로 대형소매점법을 개정하게 됐다.휘발유가격은 규제완화후 현저히 하락했다.이통통신사업도 규제완화후 자동차산업 투자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張위원=일반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국민들은 규제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알지만 자기 자신의 문제가 되면 부정적이 된다.일본은 국민을 설득하고 최근 외국사례를 알려주는데 한국보다 잘하고 있지 않나. ▶左원장=김영삼(金泳三)정부는 4년 동안 규제완화를 추구했으나 이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지지세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네코=국민들에게 규제완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93년 호소카와내각은 규제완화의 효과를 추산했다.예컨대 정보통신등 8개 분야의 규제완화가 98~2003년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9%포인트 더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해 발표했다.

▶左원장=바람직한 작업으로 보인다.숫자를 통해 규제완화의 긍정적 효과를 국민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張위원=정부부처간의 갈등이 문제다.규제개혁추진 책임자에게 상당한 권위를 부여하지 않는 한 부처간 이해조정이 어렵다.

▶左원장=한국은 대통령제라는 강력한 제도를 갖고 있다.그러나 내각제인 일본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다.한국이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나. ▶가네코=일본도 80년대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경제기획청이 규제완화를 추진했으나 힘이 없었고 다른 부처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그러나 80년대 후반 개방압력과 엔화가치의 급상승에 따른 위기감으로 규제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한 분야의 개방은 곧 다른 분야로 확대된다.특히 자본시장 개방은 규제완화의 강력한 추진동기가 된다.

▶左원장=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반감 때문에 대기업을 규제해야 하는 반면 경제발전에서는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양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규제완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정부기능 축소가 불가피하다.또 일본의 금융개혁은 확실히 한국을 앞서나가고 있다.이 세가지 문제에서 일본의 해법은. ▶가네코=대기업문제의 경우 일본은 최근 지주회사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기업설립을 쉽게 하고 자회사를 경쟁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행정개혁은 정부기능을 축소해 정부간섭을 배제하는 것으로 민영화와 시장원리가 중요하다.금융의 경우 일본은 재무성이 예산기능과 금융부문을 관리하고 있다.보통 재무성의 예산심의기능이 비대해지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에 우선하게 마련이다.따라서 재정과 통화정책을 완전 분리해야 한다.

▶張위원=최근 영국은 영란은행의 은행감독권을 정부로 귀속시켰다.일본의 경우도 중앙은행이 은행감독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데. ▶가네코=사실상 은행감독기능은 재무성이 갖고 있고 재무성이 자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하시모토정부는 자의성 배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리=민병관 기자

<참석자>

가네코 다카후미 일본경제연구소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장현준 중앙일보논설위원

<사진설명>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주관한 규제개혁 좌담회가 17일 한경연

회의실에서 열렸다.왼쪽부터 좌승희 한경연 원장,가네코 다카후미

일본경제연구소장,장현준 중앙일보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