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특수·강력 분야에도 여검사 많았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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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앞으로는 특수나 강력 분야에도 여성 검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중요한 자리를 맡은 만큼 법질서 확립에 기여하는 검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검찰에 첫 여성 부장검사가 탄생했다. 조희진(42.사시 29회) 법무부 검찰국 연구검사는 7일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발령났다. 그는 오는 14일부터 네명의 검사들을 지휘하며 이 지역 형사 사건 수사와 기소 등을 담당하게 된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조 검사에게는 줄곧 '첫번째'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1990년 검찰에 첫발을 내디딘 조 검사는 92년 첫 여성 공판 검사를 시작으로 98년에는 법무부의 초대 여성정책 담당관을 지냈다. 2002년에는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나면서 첫 간부급 여검사가 되기도 했다. 현직 여검사 중 최고참인 그는 조배숙(48.사시 22회) 변호사 등 80년대 초반에 근무했던 두명의 여검사가 86년 판사로 자리를 옮긴 뒤 끊어진 여검사의 맥을 잇고 있다. 조 검사는 '여검사'라는 꼬리표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92년 서울지검 공판부로 배치될 당시 일부 검찰 간부들이 '여검사가 재판에 나갔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냐'며 걱정했었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으로 그의 공판부 발령이 6개월가량 미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판부와 형사부 등을 거치는 동안 일처리가 야무지다는 평을 들으면서 검찰 내에서 '여검사'가 아닌 '업무 능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검찰 내에서 그를 싫어하는 사법연수원 동기생이나 선후배가 없을 정도로 친화력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 때문에 늦는 날이 많았어요. 엄마 노릇을 잘 할 수 없어 외아들(초등학교 5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남편(문화관광부 부이사관)이 '검사 아내'의 현실을 이해하고 격려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변호사로 전직했겠죠."

조 검사는 자신이 부장검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외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조 검사는 현재 현직 여검사 106명의 모임인 '대한민국 여자검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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