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압승 이끈 박근혜의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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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밝게 웃고 있다. [김형수 기자]

17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지난 7일 오전 8시20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서울 삼성동 자택 주변이 분주해졌다. 오전 9시로 예정된 상임운영위 참석을 위해 박 대표가 집을 나서기 직전이었다. 박 대표는 작은 초등학교와 담을 맞댄 2층 양옥집에 살고 있다.

화사한 분홍색 투피스 차림의 박 대표가 대문을 나와 올라탄 차는 중형 세단인 검정색 SM5(520). 지난 3월 대표로 선출되고 천막당사로 옮긴 직후 당직자들에게 "고급차를 타지 말라"고 한 뒤 박 대표가 줄곧 이용하는 차다. 그는 체어맨을 타다 이 차로 바꿨다.

박 대표는 지방 출장 때도 고급 대형차를 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실시된 지방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부산.경남.제주를 수차례 방문한 그는 렌터카 회사에서 SM5를 빌려 이용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4일엔 승합차를 타고 제주도를 누볐다. 박 대표의 차를 운전했던 렌터카 회사 직원은 "서민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조건없이 부의장 선출" 院 구성 첫발

박 대표는 비행기를 탈 때면 늘 이코노미 좌석에 앉는다. 다른 좌석에 비해 조금 여유가 있는 비상구쪽 좌석이 거의 지정석이다. 여승무원이 "비상시에 나를 도와 승객을 구출해야 한다"고 말하면 박 대표는 웃으며 "예"라고 한다.

지난 4.15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선전한데 이어 6.5 재.보선에선 압승을 거두자 박 대표의 리더십과 스타일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상생'을 강조하는 고집스러운 정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상생의 정치'=지난 7일 오후 4시30분 국회의사당.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부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는 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이 개원의 조건으로 내건 '예결위 상임위화'문제가 여야의 입장 차이로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이때 국회 밖에 있던 박 대표가 진영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우리가 양보해서라도 원 구성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며 "조건없이 부의장을 선출하자"고 했다. 한나라당은 곧 전격 등원을 결정했고, 국회는 무난하게 두명의 부의장을 선출했다.

박 대표가 처음 '상생의 정치'를 들고 나왔을 때 당 내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야당은 원래 싸워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박 대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지는 게 곧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상생을 강조하면서도 한번 결정된 일은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4.15 총선 직후 당내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탄핵안 철회 주장이 강력하게 나왔다. 그러나 박 대표는 "헌재의 결정에 맡기자"는 주장을 되뇌며 당내 논란을 잠재웠다.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선 박 대표에 대한 각종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박 대표 주변에 사람이 너무 없다, 참모를 키우라"는 목소리가 많다.

*** 중형차 타고 비행기는 늘 이코노미석

하지만 박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사람 하나를 위해 열 사람을 잃을 수는 없다"고 했다고 한다. 공조직을 이용한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의미다. 대신 박 대표는 틈나는 대로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불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박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국방위를 자원했다. 안보 상황에 대한 걱정 때문이란다. 그는 현충일인 지난 6일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 게시판에 '양심적 병역기피'에 대해 "개인의 판단으로 나라 지키기를 거부하고 회피하면 이 나라는 어떻게 지키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시대의 흐름이 신개혁주의로 가더라도 바꿀 수 없는 건 나라를 지키고 사랑해야 한다는 국가관이요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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