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포커스>'용팔이 소설 한국주먹현대사' 저자 김용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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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리시대 마지막 건달 용팔이’ 그가 다시 돌아왔다.그가 25일 출간 예정인 ‘용팔이-소설 한국주먹현대사’(한뜻 출판사)5권 시리즈의 교정지를 한묶음 들고 나타났다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주먹’들에게도 철학이 있다더니 무언가 있긴 있었던 것일까.

지난 87년 정국을 강타한 ‘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일명 ‘용팔이사건’의 주인공 김용남(48)씨.그는 이 책을 통해 70년대 유흥가를 대표했던 명동 주먹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풍전호텔의 스타 조용필과의 인연,복싱스타 허버트 강을 때려눕힌뒤 수경사에 끌려가 흠씬 두들겨맞은 이야기등등.

한국주먹사는 60년 박정희정권이 들어선 이후 두차례의 변화를 겪는다.하나는 70년대말 김태촌의 서방파와 조양은의 OB파가 서울을 양분하면서 형성된 조직폭력화 경향이고,둘째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계기로 제도권내 사업화, 곧 합법적으로 소득을 올리는 경향이다.

대개 70년대를 주물렀던 주먹들은 80년대의 신풍조를 개탄한다.이른바 건달의 철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이들이 말하는 건달론은 “가정과 돈보다 의리와 정의에 사는 풍류남”이라는 말로 압축된다.의리와 ‘대의’다.정치판에 흔히 등장했던 ‘건달식 의리’는 우리정치를 퇴행시키는 요인이었지만 이 ‘의리’에 대한 우리의 정서가 애(愛)와 증(憎)이란 이중잣대를 지니고 있음도 엄연한 현실이다.

김씨 역시 보스 이승완씨등 주변인들과 관계에서 의리를 지켜왔다고 자부한다.김씨를 유명하게 만든 ‘민주당 창당방해사건’수사과정에서도 김씨의 입은 ‘자물통’이었다.그는 스스로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했다”면서도 진실에 대해 함구한 것을 놓고 “당시엔 의리를 저버릴 순 없었다”고 말한다.그 진실을 이제는 밝혀야겠다는게 책을 낸 이유중 하나다.

글=신성은·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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