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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권력의 오른팔] 권노갑씨 2심서 징역 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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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정덕모 부장판사)는 8일 금강산 카지노 설치 청탁과 함께 2000년 3월 현대그룹에서 200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 1심대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징역 5년은 특가법상 알선수재죄의 법정 최고 형량이다.

재판부는 다만 1심에서 선고된 추징금 200억원을 추징금 150억원과 권씨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해외 도피 중)씨가 검찰에 제출한 국민주택채권 50억원을 몰수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현대 측의 자금 기록상 현대상선에서 200억원이 비정상적으로 유출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 돈이 피고인에게 전달됐다는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의 진술이 일치하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민의 정부 시절 '2인자'로 불리던 피고인이 200억원이라는 거액의 불법 자금을 받은 사건으로 자금의 액수 등을 감안할 때 1심 형량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이날 줄무늬 수의에 흰 고무신 차림으로 흰 수염을 가슴까지 길게 늘어뜨린 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났다. 그는 판결 선고 후 잠시 망연한 표정을 지은 뒤 자신의 손을 잡는 김옥두 전 의원에게 "기가 막힌다. 앞으로 진실이 밝혀질 거야. 하느님은 아실 것이다"라고 말한 뒤 퇴장했다.

이로써 국민의 정부 시절 '동교동계 맏형'이라 불리며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정권의 실세였던 권씨는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되지 않는 한 기업에서 거액의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정치인생을 마감하게 됐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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