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기업 힘겨운 '부활의 몸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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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워크아웃 기업의 구조조정과 매각작업이 총선 이후 거세진 노조의 반발과 채권단의 미숙한 대응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상당수 기업의 구조조정.매각이 당초 일정보다 훨씬 늦어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 대외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8일 "중국 정부의 성장속도 조절과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으로 아시아로 몰리던 투자자금이 선진국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시간을 끌수록 매물로 나온 기업을 제값 받고 팔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세진 노조 반발=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자 노조의 입김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 5월 18일 예비입찰을 끝낸 대우종합기계는 노조의 파업으로 이미 두차례 조업중단을 겪었다.

노조는 종업원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가 대우종기를 인수해야 한다며 법원에 입찰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노조에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버티던 채권단도 결국 입찰에서 고용보장에 가산점을 주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보장에 무게를 둘 경우 같은 업종의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입찰자보다는 외국업체가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진 KP케미칼의 매각협상은 민노당이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해 7월 말로 연기됐다.

프랑스 최대 건설업체인 빈시그룹과 자동차그룹인 르노,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 등으로 구성된 월드스타 컨소시엄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동아건설 역시 노조가 매각을 반대해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미숙한 채권단=지난 4월 중국 란싱그룹과 협상하다 무산된 쌍용차 매각은 아직 물밑 탐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란싱그룹과 경쟁을 벌였던 중국의 상하이 기차집단공사가 여전히 유력한 인수 후보다.

그러나 란싱그룹과의 협상과정에서 채권단의 '카드'가 중국 측에 다 읽혀버려 불리한 협상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노조도 종신고용제와 경영참여 등 인수업체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들고 나와 매각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300mm 웨이퍼 생산공장을 갖추지 못한 하이닉스는 중국자본을 유치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려 했지만 빚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한 채권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300mm 웨이퍼 생산공정을 갖지 못하면 반도체 생산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채권단이 부채규모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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