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中 대학, 홍콩 영재 유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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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교생 테런스 라이(중국 이름 賴俊廷.17)가 중국 칭화(淸華)대학으로 진학할 뜻을 밝혀 홍콩의 교육계가 떠들썩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는 지난해 치른 제1차 대입 자격시험(HKCEE)에서 영어를 포함한 10개 과목에서 모두 A를 따낸 수재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미국.영국의 명문대학을 눈감고도 들어갈 수 있다. 라이는 이미 홍콩대 의학원과 미 듀크대에서 입학 허가를 받아놓았다. 그러나 라이는 "칭화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해 유전공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칭화대는 중국의 수재들이 구름처럼 모이고 학문 수준도 다른 곳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라이와 함께 '10A'를 따낸 장밍펑(張銘峰) 역시 베이징(北京) 유학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의 양대 명문인 칭화.베이징 대학은 올해 홍콩에서 100명을 목표로 입학생 유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입학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4A(4개 과목 성적이 A)'이상이면 필기시험을 면제받고 두차례의 면접시험만 치르면 된다. 여기에다 중국 기업이 후원하는 연 3만 홍콩달러(약 450만원)의 장학금까지 내걸었다. 지난 4일부터 두 대학의 입학지원서는 4000장 넘게 나갔다.

중국 대학들이 왜 갑자기 홍콩의 영재 유치에 나선 것일까. 일각에선 "홍콩 통치에 대한 심모원려(深謀遠慮)가 깔려 있다"고 말한다. 홍콩을 다스릴 미래의 지도자를 '중국식'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은 다분히 서구지향적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공부할 차세대 엘리트들은 중국의 희망대로 '홍콩의 중국화'에 앞장설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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