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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월드] 이번주 선출할 유럽의회 의원, 어떤 일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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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13일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요즘 유럽 전체가 선거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25개국으로 늘어난 뒤 치러지는 첫 선거라 관심이 더욱 큽니다. 유럽의회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이번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유럽의회의 기능과 역할은.

유럽의회는 유럽집행위원회와 더불어 유럽 통합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집행위원회가 유럽연합(EU) 회원 국가의 행정부 기능을 한다면 의회는 유럽 공동체의 입법부라 할 수 있죠. 의회의 역할은 조언·견제·입법 등 크게 세가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집행위원회를 감독하고 연간사업을 심사하는 권한과 예산안 심의권을 갖고 있어요. 또한 EU가 새 회원국을 받아들일 때, 국제 협정이나 제3국과 협정을 맺을 때, 유럽중앙은행의 권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답니다. 그러나 아직 유럽 통합이 완성돼 가는 과정이라 입법부로서의 권한을 뚜렷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직도 많은 일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실권을 쥐고 있는 집행위원회를 통해 막후에서 결정되고 있지요.

2. 유럽의회 선거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4억5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EU의 장래와 향후 나갈 방향을 결정하는 의회의 구성원을 뽑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선거이지요. 물론 유럽의회 의원들이 각국 선거구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대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총선이나 대선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요. 그러나 유럽의회 선거는 각국의 정당 지지도를 파악하거나 국내 선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유럽 각국은 자국의 중요한 정치적인 일정에 앞서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민심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각 정당들의 정책을 평가하는 기회로 여긴답니다.

3.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뽑나요.

5년마다 선출되는 유럽의회 의원수는 회원 국가의 인구수에 비례해 정합니다. 1999년 6월에 뽑힌 제5대 유럽의회 의원수는 현재 총 626명입니다. EU 국가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독일(약 8200만명)은 99명의 의원을, 프랑스와 영국은 현재 각 87명의 의원을 두고 있어요. 그런데 올해부터 EU는 중·동구 등 10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25개 국가로 늘었지요. 그래서 나라별로 배당된 의원수가 이번 선거부터 약간씩 바뀝니다. 예를 들면 독일은 99명으로 변함이 없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각 78명으로 9명이 줄어들고 새로 가입하는 폴란드는 54명의 의원을 할당받았습니다. 이번에 선출되는 유럽의회 의원수는 총 732명입니다.

18세 이상 피선거권을 가진 EU 회원 국민은 누구나 정당의 추천을 받아 출마할 수 있어요. 유럽의회 의원은 2004년부터 자국 내 국회의원을 겸하지 못하게 돼 있어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럽 공동체의 이익과 정치적 노선을 대변하는 데 충실하라는 뜻입니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수는 3억4200만명입니다. 이들은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습니다. EU 안에서는 어디서나 거주하는 지역에서 등록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요. 투표일도 나라별로 조금씩 달라 10∼13일 사이에 실시됩니다.

4. 유럽의회 내에서는 어떤 정당들이 활동하고 있나요.

유권자들은 EU 각 회원국의 기존 정당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투표합니다. 하지만 선출된 유럽의회 의원들은 정치적인 노선에 따라 개별 국가 내의 정당이 아니라 국제적인 정당연합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영국의 보수당, 독일 기민연합(CDU), 프랑스의 대중운동연합(UMP), 스페인의 보수당에 속한 의원들은 유럽의회 내에서 국민당-유럽민주주의자 그룹(PPE-DE)이라는 정치단체로 의회에 등록해 활동하고 있죠. 영국의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의 사민당(SPD) 등은 유럽사민당(PSE)이라는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유럽의회 내에는 유럽자민당그룹(ELDR), 유럽통일좌파그룹/북구 녹색좌파(GUE/NGL), 유럽녹색연합그룹(Verts/ALE), 민주주의와 다양성 유럽그룹(EDD), 유럽국가연합그룹(UEN), 무소속(NI) 등 8개 정파가 결성돼 있어요.

5. 이번 선거의 쟁점은 무엇인가요.

대체적으로 EU가 당면한 현안들이 쟁점이 되고 있어요. 경기회복,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찬반논쟁, 이민정책, 노동과 실업문제, 핵폐기물 운반, EU 헌법제정,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EU 가입 허용 여부, 인간복제연구 등의 문제가 선거운동을 뜨겁게 달구고 있죠. 그러나 실제로는 EU 전체의 문제보다 개별 국가 차원의 현안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어요. 그래서 선거운동에 뛰어든 각국 정당들도 유권자들에게 국내 문제를 부각하는 경우가 흔하지요.

독일의 경우 집권 사민·녹색당 연정은 정치·경제·사회 개혁안인 ‘어젠다 2010’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고 보수 야당인 기민·기사연합은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책으로는 유럽을 건설할 수 없다”는 구호를 앞세워 경기 침체에 대한 책임을 여당에 돌리고 있지요. 프랑스에서도 사회당·녹색당·공산당 등은 경제 불황과 우파 정부의 사회복지 혜택 축소를 비난하며 유권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요.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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