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갈 곳 모르는 돈이 들르는 정거장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 맛있어 보인다고 덥석 물기에는 아직 ‘뜨거운 감자’다. 그렇다고 정기예금에 넣어 두기에도 석연치 않다. 이자는 연 5% 밑으로 떨어졌다. 행여나 돈이 묶인 사이 투자 기회를 놓칠까 조바심 난다.

이럴 때는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그간 잠시 돈을 쟁여 둘 곳이 필요하다. 그런 수단으로 최근 각광받는 상품이 머니마켓펀드(MMF)다. MMF는 8일 설정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이래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공채·우량 회사채에 투자
MMF는 운용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다음 주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투자 대상은 국채, 통안채, 신용등급 ‘AA’급 이상 회사채, ‘A2’급 이상 기업어음(CP) 등 우량 채권으로 제한된다. 채권 만기도 제한했다. 편입한 채권의 규모를 감안해 평균한 만기가 90일을 넘겨서는 안 된다. 채권은 통상 만기가 길면 부도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본다. 장기 채권의 수익률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MMF는 만기가 짧기 때문에 다른 채권형 펀드에 비해 수익률 변동폭이 적다. 또 부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특정 채권에 5%, 특정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10% 이상 투자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MMF도 펀드인 만큼 예금자 보호가 안 된다. 그러나 우량 채권에만 투자하고, 채권의 만기를 짧게 가져가며, 집중 투자를 못 하게 만들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 부실 사태로 미국의 일부 MMF가 원금을 까먹은 일이 있었다. 이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 채권 및 손실 위험이 큰 모기지유동화증권(MBS)·자산담보부증권(CDO) 등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중도에 해지해도 벌금(환매수수료)을 물지 않는다.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다. 주로 여유자금을 잠깐 맡길 때 활용된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은행 업무 시간 외에는 입출금이 불가능하다.

균 수익률 연 5.27%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순자산액 100억원 이상인 125개 MMF(개인·법인용 포괄)의 연 환산 수익률은 평균 5.27%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 중에선 MMF가 가장 낫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취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수익률은 일부 소형 증권사를 제외하면 3% 선에 그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6%에 육박했지만 한국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하에 따라 RP형 CMA 금리가 대폭 낮아졌다.

은행에서 파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의 이자는 더 박하다. 5000만원을 기준으로 연 2% 안팎에 불과하다. 단기특정금전신탁(MMT) 수익률도 3% 내외다. MMT는 고객의 돈을 콜론(은행 간 단기 대출), 은행 발행 CP·RP 등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신탁상품이다. 국민은행 신탁부 김도균 과장은 “시장금리 연동형 상품으로 주로 운용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하락 추세가 그대로 반영된다”며 “최근 금리 하락에 MMT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다. 수익률이 좋은 대신 MMF에는 부가 혜택이 없다. CMA는 증권 계좌에 소액대출·입출금·자금결제 등 각종 서비스를 결합했다. 연계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신용카드에 버금가는 혜택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 MMDA는 예금인 만큼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원금 보장을 해 준다. 각종 공과금 및 신용카드 대금 등의 자동이체용 결제 통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향후 대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은행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MMDA를 이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금리 하락기에 적당한 상품
MMF는 어디까지나 갈 곳 잃은 돈이 쉬어 가는 ‘정거장’이다. 최종 목적지(투자처)를 향해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장기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41.53%로, MMF 성과(5년 평균 22.6%)를 두 배 정도 앞선다. 돈이 많지 않을 때는 MMF보다 일부 증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MMF형 CMA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익률이 5% 안팎으로 비교적 높은 데다 CMA의 장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앞으로도 MMF가 단기 상품 가운데 고수익을 안겨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급락(채권 가격 급등)하면서 MMF의 수익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2.5%까지 내려온 지금 금리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한국투자증권 박세량 펀드매니저는 “MMF는 잠깐 돈을 넣어 두는 용도로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