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 개발 뒷얘기 - "남편 돌려달라" 탄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 개발은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아날로그방식을 대체할 연구를 수행하고 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는 처음 유럽형 시분할다중접속(TDMA)방식의 GSM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미국의 조그만 모험기업 퀄컴사였다.ETRI는 즉시 이 회사와 기술도입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국산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CDMA가 실제로 가시화된 것은 93년6월이었다.당시 체신부장관이었던 윤동윤(尹東潤)씨는 난마처럼 얽혀있는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이동통신을 민영화하고 제2이통은 반드시 국산 CDMA방식으로 서비스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정보통신부는 그해말 현재의 SK텔레콤 사장 서정욱(徐廷旭)씨를 사령탑으로 하는 이동통신기술개발사업관리단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3개 업체간 피를 말리는 개발경쟁이 시작된다.그 당시 연구원들은 연구실에 침낭을 가져다 놓고 휴일도 없고 명절도 없는 수도승같은 생활을 했다.급기야 현대전자의 경우 연구원 부인들이 사장 앞으로'남편을 가정으로 돌려달라'는 탄원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CDMA 개발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의 결정체는 95년2월로 예정된 신세기통신 1차 수주전이었다.신세기통신 정태기(鄭泰基)사장은 엄격한 기술테스트로 오직 한개의 기업 제품만 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개발 3사의 속을 태운 것.94년11월에 있었던 성능평가에서 삼성전자.현대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LG정보통신은 절치부심,신세기통신 수주입찰 직전의 성능시험에서 1위를 차지했다.그러나 신세기통신의 1차물량은 삼성전자가 차지했다.성능차이는 없었지만 가격에서 약간 우위를 보였다.

현재 CDMA경쟁은 삼성전자.LG정보통신간의 경쟁으로 압축됐다.삼성은 천경준(千敬俊.상무)무선개발팀장을,LG는 이정률(李貞律.상무)이동통신연구단장을 중심으로 장비개발을 진행중이다.

이제 마지막 결전은 누가 먼저 국산 핵심칩을 장착한 휴대폰을 선보이느냐는 것. 핵심칩은 이제까지 전량 미국 퀄컴사로부터 수입해 왔지만 최근 ETRI를 중심으로 국산화가 마무리돼 빠르면 다음달 삼성전자.LG반도체가 양산에 들어간다.

이들 업체들은 올해안에 국산칩 장착 휴대폰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